<따스한 햇살을 기다리며>
찬 바람이 이는 듯한 아주머니의 말에 끓어오르는 울분을 집어삼키며 말없이 거리로 나온 나의 머리는 재빨리 어떤 생각을 하며 회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습할 것도 없이 무조건 대신동 서문시장으로 나갔습니다. 상인이 붐비며 물건 보따리가 이곳저곳에 놓여 있었습니다. 난 주위를 살폈습니다. 「찬스」손이 보따리로 갔습니다. 그 순간 내 손을 가로막는 한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분은 다름아닌 무기수인 박길수형의 얼굴이었습니다.
『다시는 부조리한 교도소에서 만나지 않기를…』 굳게 다짐한 언약, 『젊음이 재산이다. 희망을 잃지말고 자기 힘으로 노력해서 살 것을, 순간의 잘못이 영원한 불행을 낳는다』고 말해준 형의 말때문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함정에서 나왔습니다. 어디든 한참을 걸었습니다. 아침부터 굶어서 그런지 빵집 앞을 지나니 윈도우에 놓인 빵이 먹음직스러워 침이 입 안에 고였습니다.
이를 악물고 또 한참을 걸었습니다. 대명동 통나무들이 놓여있는 틈바귀까지 온 나는 그 나무 사이에 앉았습니다. 쓸쓸한 외로움이 고통으로 변했습니다. 부우연 먼지와 암흑의 천지, 그건 나에게 형벌의 끓임없는 고뇌만 줄 뿐이었습니다.
어둡고 괴로운밤, 그 절망의 심연에서 마지막 아픔을 견디어내며 몸부림치는 자신, 게다라 혼자서 내 일을 생각하니 마냥 불안하고 초조했습니다.
그러나 비록 싸늘한 벽에 부딪쳐 거부의 쓰라린 고통을 겪는 지금 나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엔 나보다 더 불행속에서 산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 그것을 생각할 때 나는 나의 인생의 길을 다시 더듬어 나갈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잡념과 고뇌속에서 승리한 진실. 이튿날 나는 다시 여관을 찾아갔습니다. 나는 아주머니께 옛정을 생각하셔서 취직을 할때까지만 골방도 좋으니 봐달라고 사정해 왔습니다.
아주머니는 어제와는 달리 취직할때까지 있으라면서 안내실에 있기로 했습니다.
나는 그날부터 낮에는 직장을 찾았고 밤엔 그 집 안내실에서 손님을 안내하며 그 집을 도왔습니다.
옛날엔 한때 내 덕으로 이 집도 잘살았다고 생각하면 마음에 꺼리낌도 없잖아 있지만 지금은 그 집도 나도 멀어져간 과거기에 미안하고 고마운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청소도 하고 연탄불도 갈아넣었습니다. 그것이 나에겐 지금의 처지에 대한 조그마한 나의 성의와 고마움의 표시였습니다.
그러나 그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이며 직장을 구할 때 한집 두집 거처갈 때마다 실망뿐 사람들은 나를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신원보증서 보증금」 등등 신원이 확실치 않은 뜨내기를 쓸수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전과자라고 하면 더욱 거절할 것임은 뻔한 일입니다.
모든 사회가 전과자라는 이름을 꺼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거가 그렇다고 현재 역시 불량자로 인식하는 사회가 너무 몰인정한것 같았습니다. 전과자가 새출발을 하려해도 사회가 받아주지 않으면 다시 범죄로 손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피해가 언젠가는 모든 사회의 가정에 미치게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니다. 불량자도 자기에게 베푸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작은 체구에 작은 나이지만 나는 그 교도소에서 많은 사람을 겪었습니다. 그 모두가 본성은 순하고 양같은 분이 한번 실수로 전과자가 되고 그 다음은 전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취직 등 모든 것을 잃어 타락하고 자꾸 자꾸 더 큰 범죄를 음모하는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지금 이 사회에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나 역시 실망속에서 나의 지난 과거를 생각하면 마땅히 받아야할 벌이라고 달게 믿고 있지만… 더 많은 사람 또 지금도 교도소에서는 모든 것을 반성하며 새출발을 다짐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들은 기대속에서 첫발을 드려놓고 사회의 냉정함을 원망하며 다시 범죄를 하게되는것입니다.
인간이기에-약한 인간이기에-그러나 사회의 유력한 분들이 조금만힘을 기울여주면 이 사회는 범죄없는 사회가 될것입니다.
지금 나라에서는 새마을 사업이 한창입니다. 범죄없는 마을운동도 한 몫 끼지만 아무리 범죄를 없앨려 해도 새출발하려는 전과자를 받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헛것이 돼버립니다. 나도 이 사회를 보는 눈이 높지는 않지만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한 가난한 집에서 도둑을 맞았습니다. 옷기고 돈이고 모조리 가지고 가버렸습니다. 그 후 주인이 도둑맞은 걸 알고 도둑을 원망하며 삶을 잊어버리고 남도 하는데 나도 해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범죄가 범죄를 낳고 맙니다.
내가 이 글 속에 마지막 말하고 싶은 것은 「불량자도 베푸는 사람에겐 배신을 할수 없고 누구보다 베푸는 사람에게 충성할 것이라는 것과 인간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인간이기에 그렇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처지의 분들께도 말하고 싶습니다. 「현실의 고통을 참고 두드리세요. 반드시 문은 열릴 것입니다. 희망을 잃지 말고 부지런히 노력하면 어느듯 목적을 이루게 됩니다. 순간의 쾌락은 영원한 불행을 낳고 말것입니다」
나는 오늘도 내일의 따스한 햇살을 기다리며 힘껏 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비록 불행했던 지난 날이지만 나에게 참된 삶을 가르쳐준 기틀이기도 합니다. 잃어버린 세계를 다시 찾기 위해 힘차게 땀흘리며 일하겠습니다.
끝으로 지금 나는 젊음과 힘이 넘쳐흐릅니다. 누구든지 나를 써주시는 분께 뼈가 가루가 되도록 일할 용기와 자신이 넘쳐흐르고 있지만 사회는 너무나 냉정합니다. 이 순간도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는 저의 이 마음의 갈등을 누구든지 붙잡아 주시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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