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기의 인생이 행복하다고 느끼기보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편이 많은것 같다. 인간의 행 불행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지만 주관적이 아니고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정말 불운이 겹치어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런 인생이 얼마든지 있다.
나의 친구인 B여사도 아름답고 어리석을만큼 착하고 그러면서 지혜롭고 흠잡을 데 없는 여인인데 결혼 10년만에 기어이 파경하고 말았다. 줄곧 지켜보았지만 10년이란 긴 세월을 피나는 努力과 희생으로 견디어 냈는데 B여사의 본의 아닌 이혼을 강요당한 셈이다. 두 아이들마저 빼앗기고 10년을 견디는 동안 그 고통으로 인하여 열병을 앓아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불치의 병까지 얻었다.
겨우 보청기를 의지하여 다시 교단에 섰지만 이따금 B에게서 그녀의 아픔이 번져있는 긴 편지가 온다. 그럴때마다 나는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해 꿍꿍 앓다가 겨우 이런 회답을 쓰곤한다. 「고통을 이기는 길은 열심히 일하는길 밖에는 없다. 아예 딴 것에서 기쁨을 찾을 생각을 단념하고 일하는데 재미를 붙이고 묵묵히 사는 것이다」라고.
이 말은 바로 B에게 하는 말인 동시에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나는 숨길수 없다. 내가 고통속에서 몸부림칠때 B를 생각한다. 그 여인은 그 끔직스러운 고통을 어떻게 감당하였을까 하고. 그리고 B에게 회신을 쓸때마다 나 스스로를 매질하고 위로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진실하게 재미있는 것은 일하는 재미라는 것을 나는 뒤늦게 알았다. 일하는 재미는 절망에서 일어나게 한다. 인류역사 발전에 공헌한 많은 사람들은 모두 역경을 이기고 몸을 던져 일한 사람들이라고 알고 있다.
요즈음 부쩍 늘어나는 관광단에 섞여 일본에서 아버지의 옛친구 한분이 우리집에서 며칠 묵고갔다. 88세의 노인인데 나이보다 20년은 젊어보이고 명랑하고 정정하여 모두를 놀라게 하였다.
그의 건강의 비결은 그 나이까지 쉬지않고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었다. 상점을 가지고 있는데 점원이 몇씩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직접 자전차를 타고 이, 삼십리길을 물품을 배달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자손들이 질색을 하지만 자기가 즐거워하는 일이라 어쩔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건을 싣고 자전거를 비비며 거리를 달리면 어느새 콧노래가 나온다고 하였다.
정말 삶의 보람과 기쁨은 그 결과가 크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일하는데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나게 깨닫게해 주었다.
B에게서 또 점점 귀가 나빠져 교단에 더 설수 없을것 같다는 편지가 와 있다. 나는 또 위로의 말을 찾지못해 애쓰다가 결국은 B가 해낼수 있는 일은 스스로 발견하여 그일에 몰두해 보라고 회답을 쓸수밖에 없다.
항상 나에게 타이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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