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좋아지긴 하였지만 아직도 많은 우리 한국 여인들은 숱한 한(恨)을 품고 산다. 가끔 바로 이러한 한 많은 여인들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 한을 풀고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대개 이런 경우 그의 상담역이 되어주는 사제는 심한 곤욕을 치른다. 고된 홍역을 같이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10여 년 전 일이다. 한 한(恨) 많은 여인의 상담을 맡게 됐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야말로 무덤까지 안고 가야만 할 사연들을 「성령세미나」라는 은혜로운 시기를 맞아 털어놓게 된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구하는 마음으로 소위 「성령안수」를 받게 되었다.
이때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남은 자주 체험하는 바이지만, 이 여인의 경우는 너무 심했다. 이 한 여인으로 인해 기도회가 공포의 분위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할 수 없이 개인적으로 내방에 따로 데리고 나와 기도를 계속하는데 밤12시가 다 되도록 손을 떨고 머리를 흔들어대는 현상이 끊일 줄을 모르는 것이었다. 통행금지 시간은 다가와 집으로 보내야만 하겠는데 미친 짓(?)은 계속되는 것이었다.
난감하고 겁나는 노릇이었다. 이대로 집으로 보냈다간 「성당 다니다가 미친 여자 되었다」는 구설수를 피할 길이 없겠고 그렇다고 계속 데리고 있을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도하는 일 밖에….『주님! 이것 참 죽을 지경입니다. 당신의 영광을 위해 하고자 한 일이 이 지경이 되고 말았으니…. 당신께서 어떻게 좀 해주셔야지 저더러 어찌 해란 말입니까?』
기도하기 보다는 하소연이었다 할까? 그런데 이상한일이다. 순간 머리를 강하게 스치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걱정할 것 없다. 곧 괜찮아질 것이다」라는. 그리고 그녀의 미친 짓(?)은 그쳤고 아픈 상처를 씻은 채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다. 주님께서는 불쌍한 여인의 한을 풀어주셨고 나에겐 기도의 힘을 보여주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를 기쁘게 해 주셨다. 참으로 주님은 내 기쁨, 내 즐거움이 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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