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주교회의 추계정기총회가 지난 10월 16일부터 19일가지 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17명 회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총회는 매년 봄·가을 두 차례에 걸쳐 열리는 정례 회의였다. 그러나 이번 총회는 일반 보도매체들이 유난히 관심을 보인 회의였는데 회의내용 일부가 신문 방송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일반 언론의 관심 사항은 정기총회에 상정된 여러 안건들 가운데서 오직 「교회 내 비인가 단체문제」와 관련된 것뿐이었다. 교회비인가 단체 문제는 교회법적인 문제인 만큼 일반 언론이 유별나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의외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총회 상정 안건 가운데서 일반 언론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안건은 오히려 「토지 공개념 관계 입법안 문제」가 아닌가본다. 물론 이 입법안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내용이기 때문에 언론의 속성상 뉴스성이 그만큼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아직 입법화 추진 과정에 있으며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가톨릭을 대표한 주교단의 올바른 토지 공개념 입법을 촉구한 성명서는 나름대로 중요한 사회·경제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반 언론이 이번 주교회의 총회에 이례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세계성체대회 폐막 후 가진 김수환 추기경의 기자회견에서부터 비롯됐다.
세계성체대회 개막에 앞서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세계성체대회 기간 중 사제 20여명 북한파견 결의, 15명 사제의 북한방문 신청, 이어 세계성체대회 준비위원회의 북한신자 세계성체대회 초청 등 일련의 남·북한방문·초청문제가 맞물려있었다. 따라서 일반 언론들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기자회견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의 파북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김 추기경은 이 질문에 『총회에서 거론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시사하는데 그쳤는데 이것이 『총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겠다』는 식으로 비약되었고, 이 때문에 이번총회 결과에 일반 언론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모양이다.
그 결과 일반 언론들은 일제히 정확한 보도자료가 나오기도 전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의 파북 결정은 유보되었으며 정의구현사제단은 가톨릭의 비공인단체임을 재확인했다는 요지의 보도를 했다.
이 보도는 정확한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추정 보도성이었기 때문에 전면 오보로 보기는 어렵지만 해석이 어긋나거나 무리한 표현이 많았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이 일반 언론이 총회 결과를 정확히 보도하지 못한 것은 주교회의의 성격 때문이다. 주교회의는 회원만 참석할 수 있는 비공개 회의이다. 필요에 따라 업저버 참가가 제한적으로 허용될 뿐이다.
뿐만 아니라 회의 결과 발표도 제한적이다. 1977년 9월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는 주교회의 결과 보도지침을 다음과 같이 마련한 바 있다. 『총회의 내용과 결과를 의장단이 사무처와 함께 준비하여 전국교회에 알림으로써 주교회의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킨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 보도지침이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주교회의 내용은 대 사회적인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교회 내에만 공개되며, 추정 보도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일반 언론의 무리한 추정 보도는 이러한 주교회의 규약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주교회의의 이 같은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이번 정기총회 기간 중 일반 보도매체에 대한 교회당국의 대응이 미흡했음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총회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주교회의의 특성을 이해시키고 일반 보도에 필요한 부분만이라도 신속히 공개하였다면 보다 정확한 보도가 가능하였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사안에 따라 신죽성 있는 대응이 있어야 하리라 본다.
이번 정기총회 역시 보도자료는 비교적 간단하게 발표되었다. 그러나 결정된 내용은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사항 중 가장 주목을 받는 내용은 주일파공과 금육재 관면취소와 함께 이미 일반매체에서 언급한 바 있는 교회내 비인가단체 문제이다. 그 내용은 『어떤 단체라도 교회관할권자의 동의가 없는 한 「가톨릭(천주교)」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교회법 제300조의 규정을 확인하였다』라는 것이 전부이다.
내용은 간략하지만 이를 이해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사족일 뿐이다. 다만, 이를 얼마나 준수하느냐가 문제일 따름이다. 교회법이 정한 신자들의 단체에 대한 공통규범은 제300조 외에도 제298조, 제299조, 제301조, 제304조, 제305조, 제312조 등에서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교회법의 자구적 해석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것은 못된다. 그러나 교회법을 자기식대로, 자기의 주의주장대로 호도하거나 아전인수식 해석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교회질서를 흐트러뜨리고 파괴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마침 다음 달 초순에 교회법전 한글번역본이 라틴어 대역본으로 출간된다. 모두가 필요한 교회법을 숙지, 교회법에 충실할 때 이로 인한 상호불신과 갈등은 분명 해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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