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에게도, 사람들에게도 거룩한 것은 거룩한 노래이다』(A포드). 이는 노래가 인간의 감성을 잘 표현하는 수단임을 나타내주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거룩한 미사성제를 드리고자 할때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가를 잘 알게 해 주는 말이기도 하다.
서울서 개최된 제44차 세계성체대회는 하느님이 우리 민족에게 주신 큰 은혜요, 우리에겐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기쁨의 대회였다. 더욱이 교황님을 다시 뵙는 그 반가움과 한국의 전교우들이 한 곳에 모여 기도하게 되었으니 그 얼마나 감격스럽고 영광된 모임인가?
그래서 10월 6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철야기도회 때 들려준 성가대의 신명난 성가를 연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대회에 참가했었다. 그런데 장엄미사를 드리는 동안 왠지 모르게 신명나지 않는, 김이 푹 새는 기분이 들었다.
본인이 음악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음악은 모든 모임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특이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성체대회는 많은 이들이 봉헌하는 기쁨 가득한 미사성체임을 전제한다면 이에 대한 적절한 성가선정의 배려가 있었어야 했다고 본다.
더욱이 전 교구에서 늘 부르는 곡 가운데서 택하여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곡이어야 했다. 다시 말해서 이는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었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건대, 미사시작 후 첫 성가 320번「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보다 325번이 오히려 모든 신자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곡이고 321번 대영광송 보다는 326번이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악보 없이도 쉽게 뜻을 음미하면서 기도를 바칠 수 있는 곡들이다.
게다가 「주의기도」부분의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곡을 부르게 되니, 너무 음이 얕고 힘이 없어 연도곡 같은 느낌이 들어 속이 상하고 화가 나기도 했었다.
기쁨과 생동감이 넘치는, 일생동안 단 한번 맞을까 말까하는 세계성체대회에서 우리민족의 정서가 들어있는, 그러한 성가로 수많은 외국신자들 앞에서 목청 높여 신나게 부를 성가하나 없이 성가곡이 구성되었으니…. 기대와는 달리, 기쁘고 흥겹게 성가를 부르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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