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4년 교황성하 첫 한국방문때 멀리서나마 뵙고 감개무량해서 몇날 며칠을 두고 자랑하곤 했는데, 이번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때 교황성하께서 다시 한국을 방문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는 곧 한국순교성인들의 축복이요,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이라 생각했다.
이번 서울세계성체대회를 위해 몇 년 전부터 준비 작업을 거쳐 보다 완벽한 행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고생하신 모든 분들의 노고는 교황성하의 방문으로 더욱 값진 것이 됐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각종 심포지엄·행사를 통해 한국교회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좋은 계기가 됐음은 물론 지금까지 미약했던 성체에 대한 신심을 더욱 확고히 하는데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의 꽃이라 할 수 있었던 여의도 장엄미사는 교황성하의 두 번 재방한과 맞추어 모든 신자들에게 한없는 영광과 멋진 추억을 남겨주었다.
그러나 이번 장엄미사 때에는 지난 84년에 보여주었던 가톨릭신자의 저력을 사정없이 무너뜨리는 행동을 수없이 보았다.
화장실이 부족해서 장시간동안 기다려야했던 신자들, 그날따라 기온이 쌀쌀해서 그런지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신자들, 장엄미사가 거행되는데도 불구하고 용무보러 출입하거나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식사를 하고 있는 신자들의 모습을 볼 때, 5년 전 「과연 가톨릭신자!」라는 명예가 한순간 순식간에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 섭섭함을 금치 못했다.
2백주년 때보다 더 많은 신자들이 참가했고 그래서 이번에도 가톨릭신자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서 간접전교에 한몫 하리라 생각했는데 상상외로 행사의 목적자체가 흐려지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비신자의 가톨릭신자에게 던지는 관심도 달라졌다. 모든 일에 완벽한 것이 없다하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나타난 가톨릭신자들의 태도가 일반 비신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잘 해보겠다고 한 일인데 왜 이렇게 비판의 소리가 높은 것일까. 이것은 책임소관을 따질 일이 절대 아니다. 한국가톨릭신자 2백50여만 명 각자에게 책임이 있다. 이제 성체대회는 끝났지만 매사에 좀 더 자중해서 가톨릭신자다운 행동을 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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