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주제로 이번 제44차 세계성체대회의 극치를 이룬 나눔과 일치의 장엄미사가 성대히 끝났다. 그 순간 나는 이제 다 치뤘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생활화해야 된다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결심이 내 마음속에 피어올랐다. 나는 행사분과 전례부의 준비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개인적으로는 통역봉사를 지원했었다. 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므로 처음부터 통역봉사를 지원할 생각은 아니었다.
우선 외국 손님이 오면 한국교회가 어떻게 성체대회를 준비하였고, 또 대회일정 등 기본적으로 알아야 될 사항을 연초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다행히 여성연합회 영어회화반이 2년 전부터 계속해와 이 기회에 각자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봉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고 생각되어 수강생 자매님들에게 권유해 18명이나 통역봉사 신청을 하게 됐다.
여성연합회는 이번 성체대회준비기간 중에 헌혈잔치부터 모든 봉사자 교육에 이르기까지 회장님의 지침에 따라 뒤에서 무슨 일이든 봉사부가 앞장섰다. 본연의 업무를 몇 달씩 풀지도 못하고 있을 정도로 정신없이 몇 달이 지나갔고, 이제 차분히 못 다한 일을 시작하면서 기억에 남을 몇 가지 일들을 소개하고 싶다.
9월 23일 올림픽공원 내 역도경기장에서 모든 봉사자들의 결단식이 있었고 통역봉사자로 VIP Car로 배당이 되었을 때 그 걱정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가톨릭 역사, 한국천주교회가 성체대회를 준비해온 과정 또 한국을 알리는 일 등 다양하게 준비를 하기에는 너무나도 시간이 부족하였으며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출퇴근 버스 속에서의 시간뿐이었다.
그러나 10월 8일 이후로 신청을 했음인지 정작 VIP Car를 봉사할 기회는 없었다. 그렇지만 개회미사부터 행사기간 중 그때그때 외국손님이 마주치면 최선을 다해 봉사하였기에 준비한데 대한 아쉬움은 없다.
지난해 장애자올림픽 때 만난 케냐선수 루치아가 생각나 섭외 분과에서 케냐 평신도 부부를 찾았다. 민박할 가정인 대치동본당 박연자(가브리엘라)자매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후 개회미사에서 만났다.
케냐부부를 맞은 민박가정을 알게 된 기쁨 또한 크다. 가브리엘라 자매 남편은 신자도 아닌데 그 협조하는 모습은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발견할 정도였다.
아마도 가브리엘라 자매 남편은 성체대회 이후에 성당에 나오시리라 생각이 된다.
케냐 평신도 부부가 묵었던 5일 동안의 생활이 아직 영세를 하지 않은 가브리엘라 자매 남편에게도 전교의 기회가 되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보았다. 이것 또한 나눔과 일치 속에서「그리스도 우리의 평화」가 이루어지는 표양이 아닐까 생각된다.
10월9일 출국하는 순간까지 봉사하는 가브리엘라 자매 부부의 정성은 바로 종교의 생활화로 그리스도 정신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10월8일 이른 새벽부터 한국인들과 함께 여의도 광장에 모여든 많은 외국인들이 다리가 길어 땅바닥에 불편한 자세로 질서를 지켜주는 모습에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장엄미사 시작을 알리는 입장행렬이 시작될 때 외국인기자(우간다)가 우리 신자들 틈에 끼어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안내하는 형제에게 부탁하여 앞으로 나올 수 있게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미사가 끝날 때까지 나름대로 한국교회를 소개하고 그때그때 진행되는 것을 알려주면서 통역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그 기자는 순간순간 녹음을 하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다른 나라 보도진과는 달리 중앙 쪽으로 나서지도 않았으며, 우간다 기자의 미사참여 태도는 너무도 정중하였다. 한글로 씌어진 성가를 끝까지 음을 따라 부르는 태도에서 그들의 깊은 신앙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오스트리아 엘리사벳씨가 여의도 광장 그 많은 신자들 틈에 끼어서 아픈 모습을 하고 있기에 물었더니 화장실을 찾고 있었다. 이번 성체대회에 30명이 함께 왔다고 하면서 외국인 부럭까지 안내하는 나에게 한국인이 모두 친절하다고 대단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기간 중에 평화의 날 평화 대강연부터 개회미사 등 마지막 장엄미사 준비과정까지 전체를 준비하는 모든 분들의 어려움은 말할 수 없었다.
성체분배안내자 2천8백 명의 교육준비를 돕고 단체복(한복)과 예행연습의 모든 연락을 여성연합회가 맡으면서 힘겨웠던 기억은 장엄미사에 아름다운 한복 모습이 드러나면서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제 모든 행사가 끝이 났다. 한마음 한몸 운동을 비롯 성체대회를 계기로 가졌던 새로운 마음을 생활 속에 실천해 가면서 나 자신부터「그리스도 우리의 평화」가 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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