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행사를 치르고 나면 으레 뒷얘기들이 많기 마련이다. 얼마 전 끝난 제44차 세계성체대회도 예외일순 없다. 준비와 진행과정에서 빚어졌던 미비점들이 언론의 질책을 들었다. 반면 상찬(賞讚)의 소리도 드높았다. 특히 여의도 광장에서 교황 요한바오로2세 주례로 봉헌된 장엄미사는 경탄에 가까운 찬사를 들었다.
그 찬사내용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쓰레기」때문이며 두 번째는 참여자수 발표의 정확성에서 비롯되었다. 이 가운데 「쓰레기」칭찬은 5년 전 같은 장소에서 거행된 한국순교자 시성식과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기념 장엄미사 후에도 들은 적이 있었다.
5년 전 행사 후 「쓰레기청소 잘 하는」천주교 신자라는 기분 좋은 이미지가 국민들 가슴속에 새겨졌었다. 이 자부심이 5년 후 행사에서도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쓰레기란 못쓰게 되어 내버릴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쓰레기는 쓸 만한 물건들도 꽤 많은 편이다. 사치풍조, 과소비풍조의 만연으로 괜찮은 물건들도 쓰레기더미에 함께 묻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양말을 비롯 옷가지를 꿰매 입는 일은 이제 전설처럼 들려진다. 물자가 귀한 시절에는 쓰레기의 양도 많지 않았다. 양이 적을 때는 별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새 이 쓰레기가 산업화·공업화 여파로 큰 골치덩이로 등장했다.
쓸 만한 물건들은 추려서 다시 사용하면 되지만 폐기해야할 물건들은 갈 데가 없다. 그러다보니 쓰레기 잘 치우는 것이 승차시 줄서기와 함께 공중도덕 준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여의도 광장에서 가진 대규모 집회는 이번이 세 번째였다.
81년 조선교구설정 1백50주년행사가 그 첫 번째이고 84년 2백주년 행사가 두 번째였다. 그때마다 언론들은 쓰레기 청소 잘하는 가톨릭신자들을 칭찬했다. 어쩌면 부추겼다고 해야 맞을런지 모르겠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데 너무도 익숙해있는 국민들을 계도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최근 비슷한 시기에 열린 어느 재벌회사 체육행사가 이 쓰레기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았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 흔해빠진 쓰레기 문제인지라 좀 억울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 엄청난 규모, 그에 따른 쓰레기 물량, 그리고 재벌의 사회성까지 겹쳐 쉽게 표적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톨릭의 여의도광장 집회 끝마무리가 더 돋보였다고도 볼 수 있다. 체육대회에 참가한 재벌회사 임직원 가운데 천주교 신자도 상당수 있었을 텐데 결과가 다른 이유는 왜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한 신문칼럼도 있었다. 「지도력의 문제」때문이라고 그 해답까지 곁들였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이같이 편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음을 명료하게 보여주었을 뿐이다.
엄밀히 따져 보면 재벌회사 체육대회는 먹고 마시는 놀이였고 여의도광장 장엄미사는 보안상 음료수마저 소지가 통제 된 종교집회였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쓰레기 없는 대규모 집회와 함께 주목받은 것은 참가자수 발표였다. 사실 몇 십만 규모의 대집회 경우 군중수를 정확히 파악하기란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수용능력을 감안하면 대충 납득할만한 수준은 어림잡을 수가 있다.
그런데 재작년 대통령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유세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과대발표는 선거염증까지 불러일으키게 한바 있다.
특히 여의도광장은 선거유세, 공공집회, 종교집회등 대규모 집회가 자주 거행되는 곳이기 때문에 어느 면에서는 경쟁적으로 숫자가 불어나곤 했다.
여의도 광장 크기는 0.378㎞, 약 12만평이라고 한다. 이 면적에는 약50만 명이 들어설 수 있으며, 인근 녹지광장까지 이용했을 때 1백만 명이 수용한계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광장에서 1백50만, 2백만 집회가 이루어진 불가사의한 경험을 한바있다.
물론 대통령선거 유세장 인파는 서있는 경우인데다, 그 들고나는 유동성을 여러 측면이 복합돼있기 때문에 종교집회와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것도 언론에서는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이번 세계성체대회 장엄미사는 여의도 광장 이쪽에서 저쪽까지를 가득 메웠으나 인파는 겨우(?) 65만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언론들의 칭찬에 우리가 마냥 우쭐할 수만은 없다. 2백주년 행사 후 깨끗했던 여의도광장과는 달리 고수부지에 버린 쓰레기가 옥의 티였으며, 당시 참가자수 발표에서도 애매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81년 조선교구설정 1백50주년 행사참가자수는 80만, 84년 2백주년 때는 1백만이었다. 물론 언론들이 추산하여 발표한 숫자였지만 교회가 이 문제에 등한시했던 것도 사실이다. 교세통계상 신자 총수가 81년에는 1백40만, 84년에는 1백80만 정도였다. 참석가능한 모든 신자들이 모였다해도 이 숫자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러한 현실파악을 제대로 한 결과 이번에 발표한 65만 명은 지난 양 대회보다 실제 참가자수는 많았으나 참가자 발표수에서는 줄어든 현상으로 나타났다.
쓰레기 청소를 잘했다, 참가자수 발표가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 성체대회에 있어 지엽적인 문제일수도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성찬제 그 자체이며 성찬제를 통한 일치와 화해의 정신구현, 사랑의 나눔실천 등 성찬의 생활화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성체대회 장엄미사를 통해 희생을 감내한 결과 쓰레기 없는 대집회가 가능하였고, 욕심없는 있는 그대로의 숫자 발표가 이 사회에 청량제 역할을 했음을 확인하는 큰 수확을 거두었다. 매사에 있어 성실함과 정직함은 결국 칭찬을 듣게 돼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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