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던 곳은 서울 은평구 응암3동에 자리 잡은 데레사의 집이었습니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채 만나서, 오직 하느님의 사랑 속에 살고 있는 고아원 같은 단체이지만 이를테면 일반 가정집처럼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은 천국 같은 곳입니다. 대문을 들어서자 성모님이 보이고 이층 베란다에는 화분들이 줄지어 있는 평화스러운 집!
그 곳에서 몸담고 게시면서 책임을 맡고 계신 아버지(요한) 어머니(말가리다)와 류마티즘 관절염으로 고통을 겪으며 누워계시는 환자분들과 그리고 학교나 학원을 다니며 기술을 배우고 있는 자매들을 합하여 약 30여명이 살고 있습니다.
운영은 파 레몬드 신부님으로 안양에 계시고 본국은 벨기에 분으로 너무나 인자하신 분입니다. 불우한 이웃을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 사랑으로 운영하시는 단체만도 몇 군데나 되며 가끔씩 데레사의 집을 방문하곤 하신답니다.
하느님의 사랑 속에 살고 있는 데레사의 집은 아침 일찍 기상하여 식사를 마친 다음 각자 맡은 임무를 끝내고 저녁 기도시간에는 그날 있었던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이제 은인들이 주신 간식을 먹는 시간이죠? 우리 하느님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음식에 감사기도를 합시다』
그 곳 아버지께서 기도를 하시면 작은 두 손을 모아 쥔 아이들의 기도소리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제가 그곳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6년이 지났나 봅니다. 슬픔을 기쁨으로 바꿔 놓을 수 있었던 구원의 집이 바로 데레사의 집이란 것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결코 그런 곳이 있을 수 없고 고통 중에 있으면서도 그렇게 밝게 사시는 환자분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장애자! 그래요 전 두 손만 쓸 수 있는 신체장애자입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까요?
82년도 어느 겨울, 갑자기 찾아온 불행인 척추결핵성으로 휄체어를 의지해야 하는 운명으로 바뀌었습니다.
훨체어를 타리라곤 상상도 못했던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내 운명에 어떤 가혹한 형벌이 내려질듯 찬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며 울어댔습니다. 찬바람과 우박은 나의 등을 사정없이 때려왔고 나는 가눌 수 없는 다리의 흔들림에 한 발자욱도 옮겨 놓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아니 왜 그러니?』『언니 내 다리가 갑자기 힘이 없어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어』『무슨 일이야 처제』
마당에 주저앉은 나를 부축하여 언니와 형부는 방으로 옮겼습니다. 안마를 하고 찜질을 하고 무서운 침도 맞아 보았지만, 다리의 힘은 점점 밖으로 빠져 나가기만 했습니다. 피 순환제를 조제해 와서 한 웅쿰의 알약들을 복용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고 나중에는 무엇을 지탱하지 않으면 일어서기가 어려웠습니다.
『혹시 내가 불구가…』
난 이런 불길한 생각에 모든 꿈들이 백지로 돌아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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