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메로」라는 영화를 보러 극장엘 갔다. 직책이 홍보국장인지라 얼굴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런데 그 영화관 관계자는 묻지도 않은 말을 던졌다. 『이 영화는 서울과 광주에서 제일 인기가 좋았어요』 난 엉겁결에 이렇게 대답했다. 『전주에서도 많이들 볼거예요…』
그리고 나는 많이 생각했다. 『왜 그럴까?』정의를 외치다가 결국 죽어간 「로메로」대주교, 2천 년 전 나자렛의 예수처럼 살다가 예수처럼 죽어간 「로메로」가 왜 꼭 서울과 광주 사람들에게 특별히 인기가 있었을까? 대구와 부산에서도 인기가 좋았다는 얘기는 왜 안 나오는 것일까. 물론 그 극장 주인의 말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유신 이래 교회의 사회참여라는 면세서 경상도 교회와 전라도 교회는 현격한 차이를 보여 왔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로 어느 짓궂은 교우들이 『신부님 교회에도 지역감정이 있어요?』라고 질문했을 때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 할 수 없었음은 나만의 체험은 아니리라.
왜? 왜 그럴까? 「가톨릭」-글자 그대로 「보편적」「공번된」 우리교회가 어찌하여 단지 지역적 조건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토록 심한 견해 차이를 보이는가?
한담(閑談)시간인지라 더 이상 심각하게 따지진 않겠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면이 있다.
「교회는 가난한 자들의 교회」억눌리고 억압받는 자들의 교회이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가난한 교회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싶다. 또 「가난한 교회」이기 위해서는 교회의 상징인 성직자 수도자들이 가난해야 되고, 성직자 수도자들의 시간과 정열이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에게 바쳐져야한다. 고급스런 승용차, 고급스런 식탁 메뉴, 고급스런 사람들로 둘러싸인 성직자 수도자들의 모습은 곧「부유하고 고급스런 교회」임을 증명한다.
이러한 어이없는 우리교회의 모습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나를 비롯한 우리 성직자 수도자들에게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이 기회에 돈 많고 학식 있고 힘 있는, 또 열심한 교우들에게 부탁한다. 세상을 혼탁하게 만든 것으로 만족하라. 제발 하느님의 몸이요,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까지 우스꽝스럽게 만들진 말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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