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은 스물 세번째로 맞은 세계 인권선언 기념일이다. 이 선언은 1948년 12월 10일 제3회 UN총회에서 채택된 것으로 전문과 30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선언의 정신적인 기반은 인간의 존엄성이며 그 존엄성은 자유와 평등으로 보장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매년 인권선언일을 맞이하면서도 그 내용을 잘 알고있지 않는 것이 아닐까?

인권선언의 정신적인 배경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고 보면 그리스도의 사상을 실천하려는 크리스찬은 인권선언을 실천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인권선언을 재인식하는 뜻에서 그 내용을 다음 열가지로 간추려 본다.

①생명에 대한 권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보장되어야 한다.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태아의 생명이나 불구자 고령자 할것 없이 생명의 자유가 있고 아무도 그 자유를 침범할수 없다.

②평화에 대한 권리와 인간의 인격과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는 전쟁과 폭행과 고문 등에서 해방되어야 함을 뜻한다.

③오염과 공해가 만연하는 이때 모든 인간은 순수하고 깨끗한 대지에 대한 권리와 건강보호에 대한 권리를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④인간의 생명은 의ㆍ식ㆍ주가 해결됨으로써 존속할 수 있으니 가난을 극복할 자유가 있다. 따라서 충분한 식량과 의복, 상당한 주택에 대한 권리가 있는 것이다.

⑤교육에 대한 권리는 가르침을 받아야 할 권리 외에 올바른 것을 배울 권리도 포함하고 있다.

⑥고용에 대한 권리는 모든 사람이 직업을 가진다는 것으로 그칠 수 없고 기술습득과 직업훈련을 받아 각자가 하는 일에 인격적 주도권 행사를 허용받을 권리도 포함한다.

⑦비밀에 대한 권리는 전화도청이라든가 개인적인 비밀을 무차별 폭로함으로써 유린된다. 그러나 이 권리도 인간 기본권리로서 어떤 이유로도 침범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개인의 비밀을 폭로한다는 구실로 공갈 협박을 하는 것은 인권침범 정도가 아니라 악한의 소치가 될 것이다.

⑧인간은 또 올바른 정보와 진리를 제공받을 권리를 갖고있다.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인간을 무시하는 행위가 된다. 12ㆍ6 비상사태 선언에 있어서도 정부가 국민에게 비상사태를 인식시켜 각성케 하는 것은 좋으나 국민이 왜 비상사태인지 공감할수 있을만한 정보 제공이 아쉽다는 것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그러기에 비상사태 수습에 있어서 어디까지나 인간 기본권이 무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이 보장되어 갈 때 국민은 각자가 향유하고 있는 자유의 일부뿐 아니라 전체라도 유보할 용의를 가지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자유를 강압적으로 유보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아무도 예상치 못할 불행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⑨인간은 합당한 법적 절차와 동등하고 공평한 법 시행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편파적인 법 시행은 평등을 짓밟는 것이며 반감과 악습의 원인이 됨을 명심해야 한다.

⑩자녀와 가족에 대한 권리는 출생할 자녀의 수를 양친이 바른판단으로 결정할 권리를 말하며 또 사회는 가족의 존속을 위해 전력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위의 열가지 인간 기본권은 열이 아니라 하나이다. 그 중에 어느 것이든지 하나라도 침범하면 인간 자신을 침범하는 것과 같다.

인간에게 있어서 인간의 기본권을 옹호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없고 따라서 보람있고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것이다. 인간의 기본권이 보장된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이며 평화로운 사회이다. 다시 말해서 정의와 평화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방법은 단 한가지밖에 없으니 그것은 인간의 기본권을 최대로 옹호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간혹 인권을 옹호하고 보장해야 할 의무를 정부나 법에다 돌리는 과오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는 남에게 맡겨버리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인권을 옹호할 의무는 인권을 주장하는 모든 인간은 누구가 할 것 없이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남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침범한 사람이 자기 생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러기 때문에 인권선언일을 맞이한 우리는 인권보장에 대한 각자의 의무를 더욱 깊이 인식함이 필요한 것이다. 각자가 자기 의무를 완성하는 거기에 인권이 참으로 옹호되기 때문이다.

끝으로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의 힘으로만 존중될 수 없음을 우리는 지적하고자 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종교의 힘 없이는 발견될 수도 없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존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고 하느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존엄한 것이다.

주교단 공동교서가 가르치는 바와 같이『남이 네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을 너도 남에게 해 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