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總選과 데모와 위수령과 비상사태…등등 긴박한 사건들로 얼룩진 71년도 어느덧 저물고 있다. 거리엔 예년과 다름없이「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바로 지냅시다」는 포스타들이 세찬바람에 나붓기고 큰 백화점에서부터 조그마한 상점에 이르기까지 성탄카드와 산타클로스가 즐비하게 늘어서서 행인의 시선을 끌며 성탄과 연말을 재촉하고 있다. ▲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성탄의 참뜻을 알고있는 교회는 오히려 조용한데 상가와 주점부터 떠들썩하고 1년간 수계하며 잘지내다가 하필이면 성탄날에 한꺼번에 죄를 범하는 풍조도 생겼었다. 그리하여 X마스가「술시마스」로 불리우고 고요한 밤이「요란한 밤」「소란한 밤」이 되기도 했다. 참다 못해 치안 담당자가 물리적인 힘과 행정력을 동원하고 뜻있는 사회단체들이「성탄절 바로 보내기 운동」을 연례행사로 벌이게 되었다. ▲세모의 안타까움과 새해를 맞는 설레임이 교차하는 시기라서 그럴까? 성탄절은 스스로 가장 부유하신 하느님이 가장 가난한 아기의 모습으로 인간 역사안에 직접 들어오신 사건을 감사하고 기뻐하는 절기다. 세모의 안타까움이 아무리 크드라도 산가의 고요를 깨뜨리는 것은 민족의 정서와 풍속에 어긋난다. 해산을 알리는 금줄을 대문앞에 쳐놓으면 거지도 상주도 도둑놈도 얼씬하지 않는게 우리 민족의 고유한 풍습이 아닌가. ▲평범한 인간이 태어난 일반 산가에서도 깨끗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보존하기 위해 모든 이가 조심 조심하거늘 예수 아기가 태어난 바로 그 날밤이 왜그리 시끄러운가. 월남에서 전쟁이 치열했을때도 크리마스 휴전이란게 있었다. 시끄러워 잠못 드실 예수 아기를 생각하여 거룩하고 조용한 밤을 마련하기 위한 마음에서 생사를 겨루는 전쟁까지 중지했던 것이다. ▲성탄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묵상한다면 우선 거리의 모습부터 달라질 것이고 평소에 범하던 죄악과도 휴전상태(?) 들어갈 것이다. 성탄절의 토착화를 위해 자정미사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팥죽이나 떡국을 먹으면서 가정의 단락을 도모하는 것도 좋을 것이며 가난한 이와 병든 이를 위문하고 평소에 서민을 위해 봉사하는 우체부와 교통순경 등에게도 선물을 마련함으로써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조성함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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