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桑田碧海」라는 극단적인 변화를 짤막하게 표현하는 말도 있다. 낡은 것은 뒤로 새로운 것은 앞으로 인류의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인 것이 우주의 법칙이라고 한다. 외적으로 또 내적으로. 사람 그 자체도 수많은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에는 얼굴에 주름살이 잡히고 머리가 백발이 되어서 모습이 변할뿐더러 마음까지 생각하는 것까지 변하기 마련이라고 한다. 한국도 많이 변했다. 서울도 많이 변했다. 종로도 많이 변했다. 십자가두에 또 한해가 저물려고 한다. 땅거미가 다가드는 종로 한복판에서서 나는 지금 서쪽 문화촌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는 차는 좀처럼 오지않고 몇분만에 한대씩 왔다가는 발디딜틈도 없이 콩나물시루 속처럼 터져날 것만 같은 초만원이 된 체구를 그대로 몰며 뒤로 시커먼 매연을 토하고 뺑소니쳐버릴 뿐이다. 버스를 타려다가 놓쳐버린 사람의 표정이 열이면 아홉까지 공통되듯이 내 얼굴도 우울과 실의로 가득차 있음을 내 자신 모를리 없다. 나 역시 변했고 늙은 탓일까? 팔장을 끼고 서서 어둑어둑해지는 12월 중순 종로의 먼 하늘을 바보처럼 치올려본다. 돌이켜 생각하면 10대의 세월을 거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허구한날 아침 저녁으로 서울역에서 남대문을 거처 종로한복판에 이르러 한숨을 돌리고 안국동을 지나 화동제1고보까지 도보로 아침 저녁 왕복을 했던 까마득한 옛 시절. (나는 중학교의 기차 통학생이었고 1회 5전의 전차비를 절약해가며 공부해야하는 가난한 집안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그 시절의 종로 그것은 역시 창씨개명을 강요하고 심지어는「동근동조」설까지 주장하며 이 땅의 젊은이들을 침략전의 제물로 몰아넣은 일족들이 점거하고 있던「진고개」라는 명칭으로 불리우던 충무로나 명동과는 완전히 다른 한국의 상징이요 우리들의 심장 같은 지점이었다. 이제 종로는 내가 20대의 10년을 보냈던 상해만 못지않은 국제도시로 변했고 40년동안이나 두고 민족전체를 말살하려던 일족이 다시 백주에도 뻔뻔스럽게 활보하고 있는 아량(?) 있는 거리로 변했다. 하늘을 무찌르는 마천루 고층건물 거기서 명감하는 눈부신「네온사인」기구한 운명이라기에는 너무나 잔인했던 이족 동족의 침략자들의 발자국이 아직도 뚜렷하게 찍혀있는 것만 같은 종로. 쳐다볼 수 있는 하늘의 면적조차 얼마 남아있지 않는 것 같은 어수선한 땅위에 또 한해가 저물어같다. 어떤 의사는 나에게 노쇠기에서 오는「부정맥」이라는 심장병의 진단을 내렸다. 바보처럼 먼 하늘을 치올려보고 있는 나는 지금 종로의 맥박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일까? 내가「부정맥」환자라 해도 우리들의 종로는 영원히「부정맥」이 되어서는 안된다. 비각의 종소리가 은은히 울려오는 것만 같은 착각. 그것은 우리들의 심장에 심장과 보혈주사가 되려는 소리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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