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안동교구가 프랑스교회 사목지원을 위해 각각 교구소속사제 1명씩을 파견키로 했다는 소식은 우선 뿌듯한 자부심과 함께 격세지감이 들게 하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외방선교를 위한 한국교회의 사제파견은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81년부터 한국 외방선교회가 남태평양 오세아니아지역인 파푸아뉴기니에 선교사제를 파견하기 시작했으며, 아프리카·남미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도자·선교자까지 합하면 1백여 명 이상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서울과 안동 교구에서 각각 프랑스교회에 파견하는 선교사는 유럽교회의 재흥을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미 안동교구 사제는 현지에서 사목할 교구가 확정되어 지난달 26일 출국하였으며, 서울교구 사제 역시 금년 안으로 출국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 빠른 시일 내에 프랑스교회 본당 사목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과 안동교구 모두 유럽교회 가운데서도 프랑스교회를 선택한 것은 2개 교구 모두 프랑스교회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교회가 교회로서의 꼴을 정식으로 갖춘 것은 1831년 조선교구가 설정되면서부터이다. 당시 조선교구 소재지는 서울(경성)이었으며 교구장은 프랑스 교회의 빠리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였다.
이후 빠리외방전교회는 1920년부터 성베네딕또회가 함경도지역 사목을 분담하기까지 약 90년 동안 한국교회사목을 전담해왔었다. 다시 말하면 1940년 노기남 대주교가 서울교구장을 맡기 이전까지 서울교구장은 전원 빠리외방전교회 선교사였다. 그리고 완동교구는 현재도 교구장이 빠리외방전교회 소속이며 빠리외방전교회 선교사 다수가 일선본당 사목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에 서울과 안동교구가 프랑스교회에 선교사를 파견하는 것은 선교사의 역류현상으로서 한국교회의 큰 은인인 프랑스교회에 보은하는 의미도 포함돼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 선교사를 파견하고 있는 것을 「받는 교회」에선 「주는 교회」로의 전환이라고 본다면, 프랑스교회에 선교사를 파견하는 것은 보은의 의미와 함께 「나누는 교회」가 되는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지난 10월 9일 세계성체대회 폐막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럽교회의 재흥을 위해서 재선교사로 사제를 파견할 의사가 있다』고 밝힘으로써 앞으로 필요하다면 프랑스뿐만 아니라 여타 유럽교회에도 선교사 파견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 75년 외방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외방선교회는 연재 아프리카지역 선교에 국한돼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북한과 중국선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여건상으로는 유럽교회 선교에 교구사제를 파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여지지만 기왕에 설립 운영되고 있는 한국외방선교회가 존속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유럽교회 선교문제를 비롯한 외방선교문제는 한국외방선교회가 체계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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