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성탄절과 세모를 맞이하여 우리는 과연 이 해를 어떻게 지냈으며 또 이번 성탄엔 어떠한 의의를 부여할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신해년 원단 본보 사설은 결론에서『새해를 맞이하여 한 해의 결심으로 부정 부패와 싸우는 캠페인에 다같이 나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었다.
물론 앞으로 역사가들이 증명해 줄것이기는 하지만 1971년은 부정부패 일소와 사회정화 운동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해였다고 말할수 있지 않을가 생각한다. 완전한 부정부패 일소가 요원하다는 것은 누구나가 알고있는 사실이기는 하나 적어도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상이 전보다는 더 많이 보급되었고 이제는 이것이 마치 유행어처럼 되어버린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그러나 모처럼의 사회적 운동이 무위로 끝나서야 되겠는가? 정부에서 연말에 와서 거물급 부정부패 공무원들을 구속했다는 소식은 우리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농개공 전 총재와 도공 전 사장 등의 구속이다. 정부는 이것으로만 족할것이 아니라 계속 부정의 거물급을 가려내어 단죄처벌해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교회는 이런 것을 희망하면서 물건너 불보기식의 태도를 취해서는 안될것이다. 부정의 거물급이란 비단 사회에만 있는것이 아니라 교회내에서도 있을 수 있다.
만일에 있다면 그들도 처벌의 대상에 들어가야 할 것이고 교회당국에서도 그들을 부당한 방법을 써가면서까지 보호하기에 앞서 교회의 체면과 명예를 무릅쓰고 과감히 고발하고 제거하는 태도를 취해야 할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교회의 정화가 어려울뿐 아니라 사회안에서 존재하는 교회가 사회에 대하여 송행해야할 소금과 빛의 역할을 못하게 되며 교회의 존재의의마저 상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은 절대로 남에게만 뒤집어 씌울 죄는 아니다. 성탄을 맞이하여 우리 각자는 예수님과 함께 아기로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적라라한 아기로서 탄생하자는 것이다. 모든 죄는 부정이다. 그러나 현 사회가 규탄하는 부정은 부당한 방법으로 재물과 금전을 축재한 부정을 특히 지적하고 있다. 성직자나 수도자나 평신자할 것 없이 예수님이 탄생하신 구유앞에 자기 자신의 새로운 탄생을 모색해야 하겠다.
그래서 재물이 억대이든 천이나 백만대이든 홀가분하게 벗어던지고 새로 날수 있는 기회가 예수님의 성탄이라고 생각된다. 과거에는 성탄절이면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고 그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뻣는 때로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금년도 성탄절은 우리 자신을 가난하게 만드는 때였으면한다. 말로만이 아닌 실지 행동으로써 자신을 가난하게 했으면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과 함께 태어나는 것이며 하느님을 육으로 탄생하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하느님은 당신의 아들을 육으로 나시게 하심으로써 이 세상에 당신의 현존을 실현하시지 않았는가? 이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의 정신을 이 사회에 현존하게 하기 위해서는 재물에서 벗어나 새로운 육으로 탄생함이 필요한 것은 신앙의 필연적인 귀결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신해년의 특징이라고 생각되는 부정부패 일소 운동에 대해서 말했다. 그러나 1971년도에 이것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다사다난했다기 보다도 거사거난했던 것 같다. 제주도교구 신설과 부산 이 보좌주교 성성을 비롯해서 베네딕또회 방인 이양, 성서 공동번역 출판, 원주교구 사회정화 데모, 주교단 공동교서, 「창조」잡지발행 등 동참으로 여러가지 큰일들이 있었다.
하느님은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서 역사와 사회안에서 역사하고 계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모든 일들이 하느님의 은혜라는 것을 잊을 수 없다. 따라서 세모에 우리가 하느님께 대해 가져야 할 정은 무엇보다도 감사의 정일 것이다.
내 개인을 위해서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서 또 우리교회를 위해서 하느님은 365日간 무수한 은혜를 베풀어주셨고 또 무수한 기적을 행해주셨다. 이 모든 은혜와 기적앞에서 감사의 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의 신앙은 참으로 죽은 신앙일 것이다.
그리고 또 신비로운 것은 부정을 행한자는 감사할줄 모르고 감사할줄 모르는 자는 부정을 감행한다는 것이다. 신해년을 보내면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모든 은혜에 대하여 감사 드리고 또 성탄절을 맞이하여 가난하게 태어나길 우리는 다시한번 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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