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자의 자손으로 대대손손이 이어오는 구교집안에서 자라온 나는 아주 어릴때 부터「신앙」이라는 분위기에 젖으며 컸다.
추운 겨울날 따듯한 아랫목에 누워 성당엘 안가겠다고 내가 앙탈을 부리면 엄마는 그런 내게 따뜻한 아랫목에 마귀가 붙어있어서 나를 그렇게 유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곤 했다.
차들이 씽씽 내달리는 위험한 길목에도 마귀가 숨어있고 먼지낀 모판에 놓고파는 싸구려 솜사탕 안에도 마귀가 붙어있다고 엄마는 내게 겁을 먹였다. 아무튼 나를 해롭게하는 모든 것들엔 다 마귀가 붙어있는 것이라고 엄마는 그렇게 내게 가르쳐 주었다.
어린 나는 엄마의 얘기를 그대로 믿었다.
물론 어느만큼 나이가 들자 나는 더 이상 엄마의 얘기를 믿지않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나는 엄마의 그런 교육이 나뻤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내게도 이제 자식이 있고「자녀교육」이라는 문제가 절실한 현실로 내 앞에 다가와 있는 지금 나는 새삼스럽게 엄마의 그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리곤 나도 엄마처럼 그렇게 아이에게 일르는 수 밖에 없다는 어찌보면 주변 머리없는 교육방침을 세우고 마는 것이다.
어릴때 기억으로서 내가 가장 즐거워하던 명절은 성탄이었다.
특히 화려하고 장엄한 자정미사의 분위기가 주던 그 신비한 감동은 참으로 지대한 것이었다.
상징적인 의미로서가 아니라 나는 직접적인 것으로 그 분위기를 받아들였던 것 같다.
많은 촛불과 은종이와 색 등이 현란히 차려진 제단위에 그날 밤 특히 예수님이 친히 내려오시는 것이라 믿었다. 솜과 짚을펴서 만든 말구와 예쁜 아기 예수의 형상이 들어있던 유리장식이며 촛불을 들고 노래부르던 성가대의 그 우람한 합창소리가 어린 나를 전률시키고 진동시키고 감격시켰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는 내 안에 파고 들었으리라 나는 믿는다. 신앙이라는 것은 그런속에서 점차 인간안에 축적되어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이즈음 나는 성당에 갈 때면 어린 내 아들을 안고가는 경우가 많다. 철모르는 그놈은 종종 미사중에 제단앞으로 뛰어가기도 하고 괙괙 소리를 지르기도 해서 나를 당황케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그놈의 의식 밑바닥에 무언가 신앙이라는 것을 터득시켜주는 일이 될것도 같다.
물론 더 큰 교육과 소중한 자기 스스로의 체험이 앞으로 필요하게 될테지만.
그러나 지금부터 나는 그놈안에 그 기초가 될 작은 싹을 심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며칠 안있으면 성탄이다. 원래 초저녁 잠이 많은 나지만 성탄 이브에만은 또록히 눈뜨고 앉았다가 아빠와 함께 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자정미사엘 가야지.
그래서 아이가 기억할 수 있는 많은 크리스마스의 밤을 만들어 주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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