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청백적 삼색국기가 무엇을 상징하는 지는 누구나가 잘 알줄 안다. 자유·평등·박애라는 것.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킨 민권사상의 지주로서 오늘도 민주사상의 근간으로 아무도 이의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게 프랑스의 대혁명을 치르게 하였고 구라파는 물론 온 세계의 사상을 흔들어 바꾸어 놓게한 이 민권사상도 오늘날에는 그 옷을 바꾸어 입겠끔 되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놀란다면 혁명당시의 계몽사상가들이 지금 되살아와 본다면 인지발달과 세상변천에 더 놀랄 것이 틀림없으리라. 세상이 달라졌다고들 할 때 외적 변모에는 실감이 나나 사고변천에는 그렇게 눈에 보이듯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제 그실감나는 예가 있다.
수년전에 프랑스 각 대학 대표교수를 약3백명이 북부지방「깡」이라는 소도시에 모여 회합을 가졌다는데 그때 오늘의 사고변천을 특징지워보기 위해서 자유·평등·박애의 말을 뜯어 고쳐본 일이 있다. 자율 유별 평화공존 이라는 낱말로 바꾸어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막연한 자유의 개념보다 자기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인격인의 대접을 받아야겠고 또 대접받고 살겠다는 현대인을 위해서는 「자률」이 더 적합하다는 이야기이고 무조건 평등의 개념을 지워버리고 현실적인 내용을 바로 인정해서 억지스런 평등보다 구별된 실재와 사실을 시인하는데서 「유별」을 내세운 이다. 그리고 무정과 무조리의 현대에 있어 이루어지지 않는 박애의 구호보다는 서로가 자멸의 미련을 막고 서로가 살기위해서 손잡아야 하는 세상이니 박애보다 평화공존으로 대치하자는 말이다. 극히 현실적이고 현대인의 사고방식에 맞춘 표현이라 퍽 재미있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과연 현대인이 자율의 수준까지 인격형성이 피어있는가를 검토해 볼 문화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는 서구인에게는 어느 정도 시인이 가나 우리네의 『들키지 않으면 무엇이든지 해먹으려는』사회수준으로서 자율이란 머나먼 이상인격론인 것만 같다.
「유별」또한 그러하다 각자가 제 능력에 맞는 자리가 있고 보장받아야 할 한계가 있는 법이건만 자기 푼수로 모르고 엉뚱한 자리를 꿈꾸고 사는 사람이 사회에 득실대고 있고 유능한 인재가 연줄을 못타고 금력을 쓸 수 없어 제자리에서 밀려나는 세상이니 어찌 마음놓고 제자리에 충실할 수 있으며 유별의 질서가 기대되랴! 만유유별이라지만 우리네 사회는 평등도 유별도 해당 안되는 불균등 무분별의 땅이라 유별에서 오는 조용하고 안정된 질서를 바라기에는 너무나 먼 일 같다.
무서운 핵무기의 위력으로 전쟁의 승산이 어려워진 세상이라 너 죽고 나 죽지않기 위해 손잡고 살자는 사고방식이 생겨 평화공존을 내세웠다. 비록 인격에 대한 존중이거나 인류애에 바탕을 둔 평화론은 아니지만 불행의 씨를 어느 한쪽에서도 심지말자는 소극적인 평화론은 된다는 데서의 표현이 이 평화공존인성 싶다. 하건만 서로 등처먹기를 마치 잘사는 재간으로 알고 머리 싸매고 타를 해하는 연구를 하는 세상에서는 이정도의 평화공존의식도 생기지 못한다.
세상은 이렇게 달라져가고 있건만 우리는 어느 쪽으로 달라져가고 있는가? 자률의 구실 밑에 무책임이 깔려있고 유별유서가 뇌물과 아첨으로 뒤바뀌어지고 상부상조의 평화보다 짓밟고 짓눌러 무자비한 이기주의의 정신풍토만을 조성하고 있는 현실을 이 땅의 사상지도자들은 뭐라고 꼬집어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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