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일, 평소에 몸이 좋지 않은 오빠가 늦잠을 자고 있었다. 공휴일이기도해서 깨우지를 않았는데 9시가 넘어도 일어나질 않아 흔들어보니 기척이 없었다. 혼수상태인 것 같았다.
월요일이라 본당 신부님이 외출하시기 전에 즉시 연락을 드려서 병자성사를 받게 했다. 조금 후에 레지오 단원들과 연령회원들이 오셨다. 각자의 의견들이 조금씩 달랐지만 임종 준비를 하라는 의견도 있었다. 평소에 지병이 있어서 가족들이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당한 일이라 모두들 당황할 뿐이었다.
오빠는 정신이 있었을 때 자신이 이 세상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면서 일체의 장기를 서울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에 접수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그 뒤로 접수증도 받지 못했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당황을 하니 어디에 전화를 걸어야 할지를 몰라 부산 M병원에 연락을 했더니 안구만 기증받는다고 했다. 다시 서울 한마음 한몸 운동복부에 전화를 하니 세계성체대회 준비관계로 모두 자리에 안 계셨는지 전화를 계속 받지 않았다. 다시 서울의 S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눈은 안과에 가고 신장이나 콩팥은 비뇨기과에 가야된다는 것이고 그밖에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었다. 도대체 환자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안구만 기증하려면 부산의 M병원에 가면 되지만 환자가 그토록 원했던 신장 콩팥 등 모든 장기를 주고 싶은데도 받을 곳이 없으니 그 안타까웠던 마음을 글로 표현할 수가 없다.
사람이 죽을 때 언제 어디서 몇 시에 죽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물론 성체대회가 임박해서 그 준비에 모두들 바쁘셨겠지만 한명쯤은 전화를 받아야 되지 않았을까.
우리 가족들은 잠시 의논한 끝에 주님은 다 아시리라 믿으며 안구만이라도 기증하기 위해 부산의 M병원 응급실에 입원을 시켰다. 다행히 병원 직원들의 극진한 정성으로 지금은 많이 회복되어 일반병실에 입원해 있다. 본인의 원대로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되어 무엇보다 기쁘고 다행스럽다. 한마음 한몸 운동이 세계성체대회의 장식물에 불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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