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교구에서 행사가 있었다. 행사 중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로 이야기하는 중에 ㄱ이 ㄴ에게 물었다. 『연세도 많으신데 지나친 봉사활동은 건강에 무리가 아닌지요』 이 말에 ㄴ이 『나의 공로를 세우기 위해 하는 일이니 상관할 것 없어』라고 대답했다. 또 ㄷ은 엉뚱하게도 『이번 서울 세계성체대회 때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나주 성모님 동고상이 피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아 틀림없을 것이다』라며 사뭇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모두가 자기 나름의 신앙으로 생각되었다.
그러자 ㄹ이 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땀 흘려 일한 농부가 소출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은 하느님 백성의 의무입니다. 우리가 지켜야할 계명은 마음과 뜻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봉사ㆍ자선ㆍ선행은 계명을 지키는 행위입니다. 보답을 바라지 않는 헌신은 공로가 되지만 나를 의식하는 행위는 욕심이 되고 욕심은 자기만족에 빠지기 쉽습니다. 교회 밖에서의 자선 사업가들이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자신의 영광이나 추태의 나락에 빠져, 물의를 일으키는 것을 볼 수 있지요. 나를 위한 행위는 자기만족이므로 받을 보상은 받은 셈입니다.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소금과 촛불이 되어 녹고 타서 없어지는 삶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라고 생각됩니다. 거리에서 휴지 한 장을 줍는 것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면 하느님은 기뻐하실 것입니다.』
옳은 말이라고 생각되었다. 마음을 비운다는 뜻을 이해할 것 같았다. 그러자 ㅁ이 나서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적에 관한 이야긴데요. 기적이란 하느님의 능력으로 우주질서를 일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 혼미한 세상에 하느님의 징표가 나타나 갈라진 형제가 돌아오고 비신자가 하느님을 찬양하게 되어 하나인 교회 안에서 일치를 이루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기적을 바라는 것은 종이 주인의 뜻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사실 세계성체대회 자체가 기적입니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바로 크나큰 기적이 아니겠습니까』
참 좋은 말을 들었다. 과연 신앙인의 모임은 다르다고 느끼면서 우리의 의식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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