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명절연휴가 끝날 무렵 지난날 내게 애정을 많이 쏟아주신 은인 수녀님 한분이 생각나서 그분을 찾아뵈었다.
수녀님은 먹을 것이 없어 육체적으로 굶주리는 이들을 위해 무료급식소를 운영하신다.
그날은 일반 봉사자들이 일손을 도우러 오지 않아 수련수녀님들이 오셔서 음식도 준비하고 집안 청소도 하시는 중이었다.
수녀님은 나를 보자 반갑게 손을 잡아주시고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셨다. 식사가 시작되기 전 성체를 모신 기도실에 초대해 주셨고 수녀님들에게 내가 착하고 인사성이 있어 이렇게 찾아 주었다고 소개하시고 칭찬해 주셨다. 사람들 앞에서 칭찬해 주셨다. 사람들 앞에서 칭찬을 듣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착하다는 칭찬은 앞으로 더 착하게 생활하라는 격려 말씀이었다. 내가 남달리 인사성이 있어 수녀님을 찾아뵈 온 것이 아니라 수녀님이 좋으신 분이시기에 쇠가 자석에 붙듯 그분에게 끌려 온 것이라 얘기해야 옳을 것이다.
손님들이 몰려오고 드디어 식사시간이 되었다. 쓸쓸해 보이시는 할아버지들, 가난과 굶주림에 지쳐 보이는 이들이 한 끼니의 식사에 목숨이라도 구원 받은 듯 고마워했다. 서러움 중에서도 배고픈 서러움이 가장 큰 서러움이라고 했다. 한 그릇의 밥을 구하여 멀리서 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한 조각의 빵이 생명이며 그것을 빼앗는 것이 곧 살인이라고 했다. 굶주린 이들에게 베푸는 한 끼의 식사는 생명을 나누어주는 거룩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밥이 조금 남았는데 생각 있으면 더 잡수세요』라고 권하시는 수녀님. 지난날 내가 굶주렸을 때에도 그분은 그렇게 해주셨다. 『반찬이 없더라도 된장에 석석 비벼 많이 먹어요』
나는 그분이 밥을 주실 때에 사랑도 듬뿍 담아 주셨음을 잊지 않는다. 그러한 애정은 사람을 감동케 하고 오래도록 기억되게 하는가 보다.
오늘도 나는 감명 깊은 한편의 명화를 보듯 착한 수녀님들의 모습을 보았다. 식탁 사이사이에 않아 과일을 깎아 손님들에게 권하시는 수녀님들의 모습은 애정이 넘치는 가정적인 분위기였고, 그대로 아름다운 한쪽의 그림이었다.
입으로 하느님을 말하지 않아도 몸소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 주셨고 교회에 오라고 힘써 권면하지 않아도 그들이 스스로 성당에 다니고 싶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밥도 먹고 몸에 상처가 있어 치료도 받으러온 어느 친구가 이제 여름이 지나 가을인데 수녀님이 여름신발을 신고 있으니 자기가 수녀님 신발을 한 켤레 사드리고 싶단다.
수녀님께서도 그 뜻을 아시고 적당히 사양하셨지만 내심 기뻐하시는 모습이셨다. 가난하지만 그들의 마음에도 아름다움이 있어 감사할 줄 알고 무엇인가 조금이라도 보답하려는 착한 마음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곳에도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밥 한 그릇을 바라고 멀리서 찾아오는 그들에게 내가 문 앞을 가로막고 서서『이제 식사시간이 끝났습니다』하고 돌려보내야 할 때 나는 마음이 몹시 편치 못했다. 배고픈 이들이 아직도 문밖에서 풀죽은 모습으로 서성대는데 먹을 것이 충분치 못하단다. 그리고 일손도 부족하단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같은 하늘아래 살면서 같은 땅의 소출로 목숨을 부지하고 한 주님의 말씀에 따라 사는 우리가 또 다른 우리 이웃들의 굶주림을 모른 척 할 수 있겠는가.
지난날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신 수녀님이 오늘은 나처럼 가난한 또 다른 이웃들의 배고픈 서러움을 덜어주시기 위해 노심초사 수고를 하신다.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눈여겨 보아주시는 주님! 부디 소피아 수녀님과 동료 수녀님들에게 많은 은총 내려주십시오』그분들이 하시는 사업을 통하여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더 많은 봉사를 하실 수 있는 기쁜 삶이되길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드린다.
수녀님께서는 아직 고정적인 재원이 확보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지만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하느님께서 그들의 배고픔을 아시고 「요셉의 집」에 먹을 것이 떨어지지 않게 도와주실 것이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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