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내백화점이나 상가에서는 값비싸고 사치스런 물건들이 넘쳐흐르게 많이 진열되어 있다. 이 많은 물건들을 우리가 가질 수 있다니, 또 우리들에 의해서 사용되고 소비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엄청나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도 이제 훨씬 잘살게 되었는가 싶다. 백화점에 들어서면 이 많은 물건을 가운데 무엇을 사야할지 선택하기 또한 쉽지 않을 것 같다. 마침 내가 사야할 물건들을 미리 종이에 적어가면 몰라도 이런 종이쪽지가 없다면 필요한 것 이상으로 많이 사게 되는 것이 우리가 보통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 정말 「소비사회」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러나 최근의 우리 국민의 의식주 생활전반에 걸쳐 과소비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열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외국신문들도 서울 올림픽을 치른 지 겨우 1년밖에 안된 한국사람들이 조상전래의 근검절약을 벗어던지고 값비싼 외제품만 찾고 있다고 비웃는 기사를 쓴 일이 있다. 이러한 과소비의 풍조는 일부가진 계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분수에 맞지 않는「사치」에 눈을 돌리는 것 같다. 최근 도시근로자의 소비지출도 25.6%나 늘어나면서 그만큼 씀씀이가 헤퍼졌다는 해석도 있다.
우리는 이미 소비하는데 세계최고를 향해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기를 과시하기 위해서,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누구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무조건 많이 가지려고 하고 자기가 가진 돈으로 거의모든 것을 다 사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요즈음 평소 생활하는데 필요한 물건들이 옛날보다 더 많아졌다. 옛날에는 시계도 필요 없었고 자동차 없이도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고급시계 카메라 비디오 자동차 등의 사치성 품목들이 필수품으로 변하는 생활의식구조마저 바뀌고 있다. 또 우리가 매일 쉴새없이 소비하는 일회용품들은 얼마나 많은가? 물론 우리가 많이 소비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번영을 온 마음으로 향유할 수 있고 사용하고 소비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처음부터 그렇게 창조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한곳에 그냥 정지해 있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계속 움직이고 발전해야할 것이다. 이 말은 우리는 경제적으로도 성장하고 생활이 풍요로워져야 한다는 뜻이다. 어느 날 하루, 갑자기 소비하는 것을 중단해 버릴 수도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나라의 경제가 침체될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자기충족이라든가 자기성취감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위 과소비적성향은 우려해 마땅한 것이다. 과소비의 문제점은 단순히 소비가 과다하다는 것 외에 사치·향락·퇴페풍조를 유발하여 도덕적인 결핍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또 사회분위기에도 맞지 않는 혼자만의 소비는 더욱 나쁜 것이다. 정도와 분수를 모르는 소비라 할까, 항상 더 많이 갖고 싶어 하는「소비자」가 문제인 것이다.
현대의 산업사회는 『너는 항상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너는 항상 더 많이 필요로 한다』고 주입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미 후유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소비자의 사고방식이 물건에만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 사람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는데 있다. 즉 사람도 소비품목에 속하게 될 위험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적 생각이 인간관계에까지 침투하게 되면 정말 큰일이다.
그렇게 되면 돈으로 우정과 사랑을 살수 있다고 믿게 될 것이다. 아내와 친구까지도 「내게 필요할 때 까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여 살고자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착취하여 소모품으로 소비해 버리는 생각이 자라날 것이다. 예로써 인신매매단에게는 한 사람은 돈과 바꿀 수 있는 소비품목에 불과한 것이다. 길거리에 아이를 내다 버리는 부모는 아이를 자기와 같은 인간이라고 감히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비사회 안에는 항시 이러한 위험이 상존하고 있음을 우리는 보게 된다.
이제 우리국민도 「소비교육」을 올바로 받아야할 시점에 와있는 것 같다. 소비교육도 교육사업의 한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할 것이다. 특히 자녀를 둔 부모들이나 교육자들의 이러한 교육책임이 크다 하겠다. 유교적 시대에 예절이 중시되었던 것처럼 오늘날의 산업사회에는 소비교육이 또한 중요하게 되었다. 그러면 소비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할까?
결국에는 우리가 이 모든 물건들을 소비할 때 도덕적인 관점에서 책임있게 처신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마음과 이성으로 소비하도록 이끌어 주어야할 것이다. 소비교육에는 물질적 가치에 앞서는 정신적 가치들이 부각되어야 한다. 기쁨과 향락이 무엇이며 정도(분수)와 포기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무엇을 요구하는 것과 감사하는 것의 뜻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어야할 것이다. 정도와 분수를 지키고 포기하는 것을 연습할 때 비로소 정말로 기뻐할 수 있고 정말로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고통과 슬픔·절제의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 그리고 가난과 부족함의 참가치를 경험한 사람만이 참으로 기뻐하고 향유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내가 많이 살수가 있다고 해서 내가 「누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 그 자체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가 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또 인간관계 안에서 행복을 느낄 때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고 사실 그렇게 되는 것이다.
소비교육의 가장 깊은 뜻은 내가 소비하는 모든 것을 창조의 일부이며 그리고 인간적 능력의 열매라고 보는데 있고 나도 그 창조 속에 온전히 포함된다고 느끼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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