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지 말고 어서 큰 병원으로 한번 가보자』
언니와 형부는 서둘러 병원을 찾았습니다. 결국은 한남동에 있는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져 특수 진찰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수진찰 결과는 척추 뼈 네 마디에 이물질이 가득하다는 것이었고, 병명은 수술해보아야 알겠다며 척추암 또는 물혹 같다는 의사선생님들의 말씀이 수술대에 올라있는 내 귀를 울려왔습니다. 가능성은 1%밖에 보장 못하고 소대변만 받아낼 정도라는, 앞이 캄캄한 말씀들뿐이었습니다.
수술실로 실려가면서 나는 의사선생님께 애원하다시피 했습니다.
『선생님 저의 다리를 고쳐주세요. 평생 그 은혜는 잊지 않을께요. 네? 선생님 옛날처럼 수술하면 걸을 수 있겠죠? 말씀 좀 해주세요. 걸을 수 있다구요』
그러나 의사들도 간호사들도 아니 병원 자체가 냉정했습니다. 그 누구도 나의 애타함을 알아 주지는 못했습니다.
1차 수술 2차 수술…
뼈를 깎아내고 도려내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부분마취만 했기 때문에 기계로 뼈를 깎아내릴 때에는 악을 쓸 수밖에 없었던 나에게, 그때마다 누군가 나의 어깨에 주사를 놓곤 했습니다.
6시간의 긴 수술이였습니다.
가족들은 한숨만 내쉴 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두 달 동안 꼬박 누워서 남의 손을 빌려야 했고, 수술 후 다행히 결과가 좋아 다소의 움직임이 보였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이 불행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짐이었습니다.
『언니, 내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난 이제 어쩌면 좋지?』
『운동 열심히 하면 걸을 수 있을 거야, 희망을 가져. 그리고 뭣 좀 먹어야지 그러고만 있을거니? 어제 사다놓은 쥬스들이 그냥 있네.』
두 달만에 겨우 일어나 앉을 수가 있어서 침대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따뜻한 봄 햇살이 느껴져 왔습니다.
힘이 없고 어지러웠습니다. 매일처럼 허리에 와닿는 주사기의 고통과 가스 배출이 되지 않아 5일 동안 코에 호스를 끼고 헤맸던 교육, 갑자기 바뀌어버린 운명! 모든 것이 기가 막혔고 흰 벽으로 둘러싸인 병실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나는 또 그때 당시 재미교포와 약혼을 하고 이민 수속을 밟기 위해 혼인 신고를 했던 상태였습니다. 불구가 되어버리자 자연히 그도 멀어져 갔고 소식조차 주지 않는 냉정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22살에 다리를 잃고 영영 장애자로 묶어 놓으신 하느님! 냉정하게도 신은 나의 걸음을 허락해 주시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내게 찾아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 아니, 하느님이 나를 사랑해서 사람의 매를 주셨다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난 그때마다 사랑의 매치고 주님께서 주신 채찍은 너무나 가혹하고 잔인하다는 생각밖에 들지를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사람들의 말에 화만 났지 먹혀들지가 않았습니다.
걷고 싶었습니다.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걸음을 못 걷게 된 나는 숨통이 막힐 것 같아 걸어 다니는 사람만보면 미쳐버릴 것만 같은 마음이였고, 밖의 세상은 나와는 전혀 별개의 나라처럼 느껴져 한 1년간은 방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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