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사 때 본당 신부님께서 처음으로 돈 얘기를 하셨다. 본당 보수공사 관계로 헌금을 해야 하는데 신자들의 무관심이 문제인 것 같았다. 우리 본당을 비롯하여 도시에 위치한 성당은 마치 요한묵시록에 나오는 라오디게이아교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는 이렇게 뜨겁지도, 차지도 않고 미지근하기만 하니 나는 너를 입에서 뱉어버리겠다. 너는 스스로 부자라고하며 풍족하여 부족한 것이 조금도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네 자신이 비참하고 불쌍하고 가난하고 눈멀고 벌거벗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요한묵시록 3.16~18). 미사 중에 이 성서구절이 떠올랐다. 그래서 성당 보수공사 대금을 위한 바자회 티켓을 30장 사기로 결심했다. 집안 식구 중 혼자만 이 신자이기에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됐다. 신부님께 말씀드리고 몇 달에 걸쳐 대금은 분납하기로 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외식이며 책값을 절약하는 등 검소한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겼다. 내가 산 30장의 티켓 중에서 칼라 TV가 경품으로 당첨된 것이다. 얼마나 기쁘던지 주님께 먼저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경품을 기증한 신자들에겐 미안하기도 했다. 이번을 계기로 주님께서는 당신을 위한 우리의 순수한 희생과 절제를 가장 기쁘게 받으신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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