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달리 얼굴이 희고 항상 소녀의 미소를 머금은 얼굴을 보여준 안나! 이름이 가져다주는 의미가 이렇게 실감날 줄이야. 그저 평범하게 지내던 교우라면 내게 이런 그리움을 안겨주지 않을 것이다. 안나와 나는 대모와 대녀 사이가 아니었는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영원할 수 없으며, 모든 것이 순간의 연속임을 알면서도 안나가 먼저 가버린 것이 끝내 나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안나는 성모님으로부터 특별히 선택된 딸인지도 모른다. 오래 산다고 선에 나아가는 것도 아니며 도리어 죄를 지을 뿐이기 때문이다. 안나는 매달 한 번씩 팔공산 갓바위에 불공을 빠뜨리지 않던 열심한 불교신도였다. 그러나 개종하여 주님의 딸이 된지 9개월 만에 위암으로, 흔히 말하는 한창 나이인 47세에 주님께로 떠나갔다. 안나가 묻힐 때 나는 흐르는 눈물을 감당할 수 없었다.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며 매일을 죽음에 대비하는 신자가 되어야겠다고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죽음에의 준비 없이 죽어간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죽음을 묵상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을 때 올 것이다. 그러니 늘 준비하고 있어라』(마태오 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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