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인 것은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실상이지만 비물질적인 것은 눈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은 허상이요, 무가치적이라고 하여 아예 무로 돌려 버리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것은 분명히 실증주의의 극치요. 감성지학의 독단주의이다. 이러한 견해는 우자의 잠고대와 같은 것으로 아무런 의미도 근거도 없는 그야말로 옳은 말이 아니라 허언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결과만이 실상이고 보이지 않는 원인은 허상이라고 하여 결과는 있어도 원인은 없다고 보아 형이상학적 악을 범하는 것이다. 예컨데 빌딩은 있어도 설계자는 없고 육신은 있어도 영혼은 없으며 우주만상은 있어도 창조주는 없다고 하는 논리와 같다. 그리하여 부가견이면 무존재라고 독단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요즈음 신자들중에는 교회건물이나 신자나 밀떡의 존재는 인정해도 천주나 영혼이나 그리스도의 몸 등의 실존을 부정하고 회의하는 자가 참으로 많다. 그러면서도 주일미사 참여를 궐하면 무언가 꺼림칙하기 때문에 교회에 나온다는 것이다. 교회밖의 무신론자보다 교회내 무신론자가 더 무서운 해독을 끼치는 것이다. 좀 더 지혜있는 자라면 보이지 않는 것이 실상이요. 보이는 것은 허상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파라독스」냐고 할는지 모르나 이것은 헛 된 말이 아니라 가견적인 사물은 무엇이나 시간과 공간내에서 인과율의 지배하에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있고 하여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유적이다. 따라서 가견적인 실상은 항존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코 허상뿐이지 실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불가견의 허상이 가견적인 실상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예컨데 리성과 의지를 갖는 영혼이 육신을 움직이며 우주의 천체도 타성적인한 시동자(하느님) 없이는 운동을 개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견적인 실상보다 불가견적인 허상이 우위이고 실상의 원인이며 실상의 목적이 된다는 것을 알면 지력의 눈으로 천주를 똑똑히 볼 수 있고 육신보다 영혼의 중함을 알게 된다. 교회안의 무신론자들이여 천주와 영혼은 허상이 아니라 실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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