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행정에 이상이 있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이미 다알고 있는 사실. 고아원이든 양호원이든 요양원이든 원자붙은 구호단체치고 도대체가 제대로 운영되는 곳이 거의 없다니 딱한 일이다. 냉한 마룻바닥에 잔뜩 쪼그리고 앉아 부황으로 퉁퉁부은 누우런 얼굴로 후들후들 떨고있는 빈사의 사람들. 내려가는 수은주와 더불어 더없이 춥고 괴로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이 버림받은 약자들을 등쳐먹으려드는 악덕 착취한들. 구호금품을 빼돌리는 따위 흔한 말썽은 묶어두고 라도,「영화숙」이라는 부산의 어떤 시립재생원의 내부이야긴 우리를 너무도 비통하게 한다. 시에서 의탁계약형식으로 수용권을 인수한 후 갖은 방식으로 착취하여 의대의 재벌이 됐다는 원장이란 인물. 그 양심도 양심이려니와 10년간이나 그토록 방치해둔 시당국의 무궐심 또한 한심하기 짝이없다. 굶주려 뼈만 앙상하게 남은 1천2백명의 걸인과 고아들이 변소에 갈 때 조차 3명이 1조가 돼야하는 어마어마한 공포분위기 속에서 살았다는 것이다. ▲구호행정의 보다 적극적이고 강경한 관리가 시급히 요구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치부에만 미쳐있던 한 인간의 마비된 양심이 단행한 그토록 끔찍한 흡혈. 속수무책이니 뭐니하면서 멍청하게 방관만 할 때가 못된다. 워낙 뿌리 깊은 고질이긴 하지만 골치 아프다고 팽개쳐버린다면 도대체 누가 해결해 줄 것인가. 겉핥기가 아닌 성실한 자세로 우선 전국에 산재해 있는 각종 구호사업 단체의 실태조사부터 해봐야겠다. 환부의 정확한 안출이 없다면 치료는 불가능할 것이 아닌가. ▲관계를 떠나서는 한시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다같이 행복해질 때 비로소 자신의 행복도 가능하다. 사람으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조건마저 빼앗긴 채 한겨울에도 악취가 진동하는 냉방에서 헐덕이는 그 숱한 형제들을 보면서도 어떻게 편안히 잠들 수 있을까. 어떻게 외면만 할 수 있을까. 아, 생각할 수록 진정으로 추워서 서러운 겨울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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