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부산교구에서 기획관리실을 창설한 것은 교회가 현대화하는데 아주 뜻깊은 일이라 생각되며 환영하는 바이다. 아직도 전근대적 방식의 행정체제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교회가 현대과학의 개발된 경영원리를 도입함으로써 앞으로의 교회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리라는것을 확신하게 된다. 물론 교회자체가 사업체는 아니지만 교회도 목적하는 바가 있고 또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계획을 세우고 이것을 실천에 옮기며 또꾸준한 관찰 속에서 시행착오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느님의 백성을 모으기 위해서 인재를 적재적소에 임용하고 경제를 원만하게 유통(流通)시키는 것은 참으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잊어서는 안될 것은 기획관리가 한 사람의 활동과 재능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교회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의 협조가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충분한 자료(資料)와 실정 파악이 없이는 적절한 계획이 수립될 수 없으므로 자료 수집에 있어서나 실정파악에 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성직자, 평신자, 수도자 할 것 없이 적극 협력해야 하는 것이고 나아가서는 정확한 계획을 세우는데도 만인의 의견이 참견(參見) 되어야 할 것이다. 더우기 현대경영이란 공동작업이지 결코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획관리실의 쳇째 목표는 교회의 사목과 운영에 있어서 전반적인 협조무드 조성방법이라고 본다.
현대경영학은 잘 이용하면 참으로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나 지나치게 경영이론만을 중시하다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명약(名藥)도 과도하게 사용하면 해로운 것과 마찬가지다. 경영관리도 적절하게 또 적소에 사용하지 않거나 과도하게 평가해서『경영관리면 다라하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자아낼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경영관리가 사목이념을 떠나서 어떤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위해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교회는 이권투쟁과 세력 확장의 터전이되고 말 것이고 교회의 장래는 비참해질 것이다. 끝으로 우리 악습중에서 꼭 한가지 지양해야할 것은 용두사미격의 처사이다. 시작은 크게 벌여놓고 인내성이 없어 결실을 맺지못하는 것이다. 이번 부산교구에서 창설된 기획관리실도 모처럼 시도된 것이며 전 한국교회가 그 결과에 대해 크게 기대를 걸고 주목하고 있는 만큼 시작만 해놓고 결실을 보지못하는 불미스러운 전철을 따르는기관이 되지말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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