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초 소생은 뜻하지 않는 개인의 사고로 이곳 구치소에 수감중에 있는 영어의 몸입니다. 일찍이 박도식 신부님의 훈도로 영세하고 한공열 주교님에게서 견진성사를 받고 천주님 앞에 나왔으나 미숙한 신자입니다. 참회의 뜻으로 또한 냉혹한 실의 따뜻한 손길이되고자하는 소생의 호소를 돌봐주십시오. 소생이 비록 영어의에 몸이오나 양심의 호소로 수일전에 명동 성모병원내 안구은행(眼球銀行) 안과장(眼科長)님께 소생의 눈(眼球)을 기증하고 앞 못보는 불상한 소경에게 이식해줄 것을 요청하자 쾌히 승낙하는 답서가 왔습니다. 그러나 누구에게 이식해준다는데 대해서는 말이 없습니다. 제 생각에 이왕이면 우리 교우중에 착하고 훌륭한 분에게 기증함으로써 그에게 새로운 빛을 갖도록 하면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죄많은 이 인간은 오직 살아있는 동안 참회하고 애덕의 씨앗을 심고 천주님의 부르심에 응학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무슨 칭찬이나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고 다만 그분과 형제의 인연을 맺고 서로 위로하고 또한 천주님의 은총도 함께 나누며 여생을 보내기가 소원입니다. 죄송하오나 저의 이 학잘 것 없는 원을 들어주시니 직접 성모병원 안과에 상의하시어 저의 눈을 이식받을 이의 주소 성명을 알려주시고 또한 형제의 인연을 맺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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