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해서 살아라, 그렇지 않으면 시간의 노예가 된다』고 말한 것은 보드레에르였던가. 시간이 나를 사느냐, 내가 시간을 사느냐 이건 확실히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차원적인 이념에 취해 살든, 지에의 열정에 취해 살든 사람은 누구나 자기나름의 우상(?)을 지닐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단순한 사람은 단순한 도취로, 보다 구조가 복잡한 사람은 항상 보다 많은 회의를 만들어가는 재미로 그럭저럭 웅성웅성 살수 있으니 말이다. ▲곤란한 것은 도취할 수도 몰두할 수도 없는 뇌공의 상태다. 선의 침을 쑤시건 악의 주사를 놓건 도통 반응이 없는 상태, 그 통각의 상실이야말로 현대를 휩쓰는 무서운 비극이다. 고도로 분화ㆍ발달하는 정신외도 자극. 그럴수록 높아가는 혼의 마비도. 그것이 어쩌면「지옥에 갈 자격조차 없는」허황한 백회의원이 아닐까. ▲ 『아무 것도 안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악을 행하는 것이 낫다』는 것은 물론 역설이다. 그러나 자기로서의 핵심에 몰두할 줄 아는 진지함의 입문쯤은 시사하는 얘기가 아닌가. 참으로 진지하고 성실하기만 하다면 인간의 궁극적인 구제는 결코 불가능하지 않으리라. 문제는 가치
관이다.「니힐」에「알콜」에 돈에「섹스」에 많은 사람들이 취해서 광분한다. 특히 요즘은 섬나라의 유행이 몰려와「땅장사」가 한창「붐」이다. 그 혈안과 아귀다툼 때문에 우선은 생이 지루할 여가가 없을 것이다. 이 우상의 도착. 이 병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순수한 영혼의 통각을 회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의미한 모든 것은 그 무의미를 참담하게 자각시키는 필요악으로서의 의미밖에 없다. 도취하기에는 너무 식은땀이 난다. 우리는 진정한 구원의 의미쪽으로만 자신을 응축ㆍ집약할 일이다. 서뿔리 누구를 구하겠다고 덤빌 것이 아니라, 집요하고 열렬한 자기 확립에의 도취가 무엇보다 절실하지 않을까. 그 구심력이 철저할수록 강한 인력권이 주위에 형성되고 그때에 비로서 모든 이의 정화가 가능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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