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죽을 때가 가까워 오면 불심(佛心)을 갖는다고 한다. 공자님 말씀도『새는 죽을 때가 되면 그 소리 구슬프고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그 말이 착하다』했다. 천고 불변의 탁견(卓見)이리라. 아무리 극악무도한 자라 할지라도 마지막 죽음 앞에서는 한번은 착한 마음으로 돌아온다는 말이다.
작년 한해 동안에도 여러 죄수들이 사형집행되어 그 싸늘한 시체가 이 성당을 거쳐 신자 공동묘지로 갔다. 어떤 이는 우발적 살인으로 두 노인을 죽였고 어떤 이는 고의적으로 한 사람을 죽였다. 물론 그들이 하느님을 믿을 턱이 없었다. 그렇지만 사형이 확정되고서 가톨릭으로 귀의하여 열심한 신자가 되었다. 가톨릭은 이 세상을 버리고자 결심한 자에게는 이상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난폭한 죄수일지라도 형장으로 끌려 갈 때는 순하디 순한 양처럼 무릎을 꿇어 선종(善終)하기 까지 새 사람으로 개조하여 놓는 것이다. 생사의 갈림 길에 서서 그들은 순교자적 모습을 잠시 비추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중 한 사형수의 영웅적 또한 순사적(殉死的) 행위는 우리의 심금을 울려 놓았고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반짝이는 보석과 같이 빛나고 있다.
옛말에 사자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그 이름을 남긴다 했지만 여기 하나 더 하여 무명의 사형수는 두 눈알을 남겼다. 죽어서 두 눈알을 기증한 것이 아니라 죽기 전 살아있는 눈을 빼내는 것이었다. 펠리컨의 사랑과도 같이 시체는 눈 없이 허술한 나무궤짝 속에 누워왔다.
성당 마루바닥 위에는 눈물을 흘리는 피가 흘러내렸다. 피눈물을 흘리며 참회하듯 두눈을 이 세상에 밝혀두고 하느님 나라에 갔다. 그후 듣자하니 그 눈으로 실명했던 사람이 세상을 보게됐다 한다. 그날 저녁 신문에서는 일제히 이 갸륵한 사형수의 이야기를 싣고 있었다. 최악의 나락에서는 선과 마주치는 법.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이었다. 이 은총 아래서는 끝내 악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개는 하느님의 작업이요 하느님은 창조적 존재이시니 본심으로 악하지 않으면 선하신 하느님을 누가 저주할까.
불란서가 낳은 천재시인 렝보가『그리스도여! 오 그리스도여! 우리의 활력을 영원히 앗아간 도둑이여!』외쳤지만 우리는 마지막 햇살을 거둬들이는 저 저녁놀의 황홀함을 알고 있다. 세상은 어둔데가 있어 좋고 또한 밝은데가 있어 더욱 좋다. 세상은 악한데가 있어 선을 갈망하고 선한데가 있어 악을 알아듣는다. 사람이 악하기가 사탄만 같고 사람이 선하기가 천사와 같다. 본시 하느님은 일부러 사람으로 태어날 때 날개를 숨겨두셨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천사와 사람은 구별돼야하기 때문이다.
미완성의 인간, 그런대로 하느님 눈에는 좋으시단다. 슈벨트의 미완성교향곡은 제2악장까진데「윈」의 남자합창단 서고에서 그 뒷부분의 악보가 발견됐단다. 가사 이것이완성됐다해도 제4악장이 없는 한 여전히 미완성이며 그런대로 훌륭한 미완성교향곡처럼 사람은 세상에 태여나서 결코 미안할 것이 아니다. 오 복된 세상이여! 오 복된 인간이여! 조롱(鳥籠)에갇힌 새도 결코 노래는 잃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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