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석학 임어당은 그의 어떤 저서에서 독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청년으로서 독서함은 문틈을 통해 달을 보는 것과 같고, 중년으로서 독서함은 자기 집 뜰에서 달을 보는 것과 같고, 노경에 이르러 독서함은 푸른 하늘 밑 노대에서 달을 보는 것과도 같다』책과 더불어 사노라면 나이가 들 수록 보다 원숙하고 심원한 시점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어진다는 얘기리라. ▲자고로「書中自有千鍾錄」이라하여 독서의 공리성이 무엇보다「어필」되던 시대도 있었지만 그것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존재의 확장 및 자기 확립의 수련일 것이다. 늙어갈수록 점점 더 풍요하고 아름다운 혼의 인간이 되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기껍고도 멋진 일인가. 발뒷꿈치처럼 굳어버린 상식의 세계에 주저앉아 나날이 경화되지 않으려면 우선 독서삼매의 진경부터 터득해 볼 일이겠다. ▲스스로의 내의식을 송두리채 텅텅 비움으로써 얻어지는 고요한 충일. 있는 그대로의 우주를 전체로 뜨겁게 포옹할 수 있어지는 자아. 그때에 비로소 넓이와 빛의 감각이 소생하고 비로서 겸허와 성덕의 문도 열릴 것이다. ▲출판물 보급주일을 설립한 교회의 의도 역시 그런데에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해마다 역설해도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서적은 웬지 겉보기부터 너무 초라하고 촌스럽다. 제목만 읽어도 퀘퀘묵은 고루의 냄새가 물씬 난다 고들 말한다. 이유야 붙이기에 따라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것, 문제는 신자들의 그 그릇된 선입감이다. 영신서적이라면 펴보지도 않고 우선 편견의 괄호로 멀찍이 묶어두는 버릇이다. ▲영적독서는 수도자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되겠다.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건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가 수도자일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울타리 밖에 거할수록 더욱 부단하고 냉철한 자기 정비 작업이 요망될 뿐이다. 매순간 재생해야하고 매순간 비약하지않으면 안된다. 모든 독서의 제1위적 목적은 바로 그 마비를 모르는 생성, 그 영원한 젊음의 향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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