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따뜻한데 바람이나 쏘일 겸 운동이라도 좀 하자. 가만있으면 정말 못 걷게 돼. 사람 의식 하지 말고』『싫어. 밖은 싫어. 운동은 해서 뭣해. 날 내버려 둬』
언니는 운동을 시키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나는 날로 신경만 날카로와 지기만 했습니다.
사람들의 눈초리가 무서웠고 내게는 모두가 미움의 대상밖에 되지를 않았습니다. 친구들도 가까운 이들도 보기 싫었고 심지어는 하느님마저도 미움의 존재로밖에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이 그렇게 좋으신 분이라면 왜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놔』 나는 내 주위에 벽을 쌓고 스스로 소외당함을 만들어 갔습니다.
저는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믿을 수 없어서 언젠가 이 꿈이 깨고 나면 예전처럼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뜻대로 되지를 않았습니다. 모두가 떠나가 버리고 혼자가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내가 불구자가 됐다는 것을 실감케 됐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 노력도 해보았지만 다리는 내 의지대로 쉽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신은 왜 나한테만 이토록 가혹한 시련을 주실까 하는 야속한 생각만 들었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장애자를 못 보았기 때문에 나 혼자만이 장애자같이 여겨졌습니다. 아니 그 만큼 장애자에 대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볼 수가 없었나 봅니다.
죄 없는 머리카락만 쥐어뜯으며 좌절과 자포자기로 자연히 다리는 심해져 갔고 한 치의 희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가 가야할 곳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데레사의 집」을 알게 됐습니다. 나는 곧 바로 편지를 띄웠습니다. 책임자분이 편지를 받고 방문하였지만, 더 어려운 사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못 받는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가게 해 주세요. 선생님! 저처럼 몸이 불편한 분들과 생활하고 싶어요. 제발 부탁드려요. 선생님』 데레사의 집 봉사자 선생님은 삼일 후에 연락을 주겠다고 하면서 돌아갔습니다.
결국 나는 데레사의 집에 오게 되었지만 옛날처럼 걷게 되어 본 생활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장애자가 되어 불우단체로 들어간다는 사실에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들은 나처럼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밖에 없다는 생각에 말리는 가족들을 등지고 집을 떠났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사는 데레사의 집! 데레사의 집에 와서는 또 다른 세계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웃음!
비록, 부모는 없지만 어린아이들의 밝은 표정과 누워서도 즐겁게 식사하시는 환자분들은 정말 천사 같았습니다.
몇 달 동안 전 할 말을 잃고 말없는 생활을 계속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장애자 모임도 참석해 보고 천사 같은 분들을 대할 때마다 하느님에 대한 미움의 줄기를 키워가고 있던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누워 있는 언니들과 1초가 멀다하고 뒤흔들리는 뇌성마비 언니를 볼 때는 정말이지 가슴이 뭉클해져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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