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흙이니 흙으로돌 아갈 것을 생각할지어다』머리위의 성회를 받고 다시 경건한 4순절을 맞았다. 상승보다는 추락의 확률이 언제고 더 높은 우리네 본성. 온갖 저지레와 악습을 내성해보면서 이 시기를 되도록이면 알뜰하게 기워갚음으로 채워가야겠다.
▲사실 씹어볼 수록 인간은 맹랑하기 짝이 없는 존재들이다. 제깐엔 항상 분망하고 부산스럽게 달리곤하지만 지나고 보면 남는 건 언제나 씁쓸한 회한 아니면 허탈, 무엇으로도 매울 길 없는 막막한 갈증일뿐이니 도약에의 요구가 크면 클수록 그러한 허적은 더욱 맹렬한 동통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헤매면 헤맬수록 더욱 더욱 헤메지 않을 수 없는 생리. 측량할 수 없는 미궁의 암도. 참으로 언제가 되어야 그 숱한「캄캄함」으로부터 전적인 해방이 가능할까. 죄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서도 완전히 죄를 초월할 수 있는 인간은 오로지 그리스도뿐이셨다. 이재에서, 전지적인 관점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눈을 가진 자만이 완벽한 청결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어떡할 것인가. 자아우롱을 도락으로 삼는 메시꺼운 자의식 과잉 환자로 머물고 말 것인가. 암담한 위축의 굼벵이, 혹은 이것도 저것도 다 동댕이친 게으른「니힐리스트」가 되고 말 것인가.
▲지나친 참패감은 확실히 교만이다. 스스로의 힘만으로 지선한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다고 믿은 방자한 착각에 불과하다. 인간의 의지란 도대체가 얼마라도 미묘하게 짜여진 선과 악의 교직물인가. 그대로 따라가다간 저도 모르게 깜빡깜빡 속히기 일쑤요 아무리 민감한 인간도 타인 때문이라기 보다 오직 자기 때문에 곧잘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자기자신의 약점에 대한 날카로운 자각이 없다면 충실한 보속을 기대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스스로의 취약을 가장 속속들이 통감해본 자만이 가장 강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은「크리스찬」만이 터득할 수 있는 역설이 아닐까. 아버지에로의 겸손한 위기와 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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