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1일 공화당에서 남녀 차별을 「용인」하고있는 현행 친족상속법 중 해당 조항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여 남녀평등에 관한 관심을 새롭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국내 여성운동을 대표해온 여러 이름있는 여성단체들이 여기에 호응해서 재빨리 가족법개정 추진위원회를 결성한 것은 기민성 있는 반응의 표시라 하겠다. 한편 신문이 여기에 기선(機先)해서 각계의 관심있는 유명인사들의 견해를 물어 지면에 조달해주는 것은 법개정에 대한 문제의식의 공통분모를 찾아내기 위한 기조작업으로서 매우 유익한 보도자세라 하겠다. 그런데 남녀불평등의 요건으로 제기된 문제점은 ①친족범위에서 규정한 부ㆍ모계의 차이 ②호주의 남본위상속 및 재산의 호주 우위상속 그리고 ③재산 소유에서의 부처간남편본위 등… 이렇게 3가지로 요약되어지는 것 같다. 그러니까 여자들이 참정권을 얻어 밖으로는 공민으로서 남자와 동등하지만 재산의 사유권이 남편과 아들(長子)에게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안으로 가정인으로서는 봉건(적)사회 유교사상의 잘못된 유풍인 남존여비의 인습에 그냥 사로잡혀 있는 꼴이라는 논리로 집약되어 진다.
그래서 법률상의 남녀평등을 보장받는 첩경으로서 호주제도 폐지론이 대두되기도 해서 어쩌면 가족법 개정 추진운동이 「가족사회안의 반체제 투쟁」으로 반영되어질 것 같기도 하다. 호주제도를 없애버리면 가부장의 인식은 자연 소멸되고 가부장의 구심력이 가정에서 사라지며 이른바 가족주의적 가정제도는 물론 친족의 개념조차도 없어지고 말것이다.
그렇게되면 수입해온 낯설은 「핵가족」이란 이름의 가정은 설계될지 몰라도 「전통적인 가정」의 존재는 유적으로서만 남게될 것이고 따라서 논리면에서 본 인간관계는 서방적인 것도 아니면서 놀라울 정도로 비동양적인 기이한 모습으로 영상될지 모른다. 말하자면 휴매니즘의 극치인 윤리문제를 몇줄의 법률문으로 당장 해결해 치우겠다는 법률지상주의자들의 감상적인 「인습혁명」이 현실문제로 발생했을 경우를 가상한 가설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정안에서의 재산상 인격상의 남녀동등 동격을 배제하자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순한 견지에서 부부간이나 자녀간의 재산분배 비율이나 가산주도권(가부장제=호주)의 남녀기회균등화는 그것이 가족문제인 한 애정과 상호의존 정신에 바탕한 인륜범주 안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되어지는 상태-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물론 여권 신장 운동은 부단히 계속되어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남성이나, 인습의 횡포에 과감한 도전을 전개해도 좋다. 그러나 어떤 분야의 시민운동이나 인권문제의 발전적 해결을 위한 투쟁에 있어서 휴매니즘의 기본정신이 결여된 상황에서는 ①일종의 소아병적인 경향을 유발시키는 과오를 범하기 쉽다.
「그러면 남녀평등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것인가」-문제의 본론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시켜야 하겠지만 그것은 무한 장설(長說)의 전제-그러므로 나는 끝으로 잘라서 법을 인륜에 우선시켜서 가족끼리의 남녀평등을 보장해주겠다는 그 발상에는 좀 세련된 수정이 가해져야겠다-는 말만 던져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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