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의 피안(金益鎭譯者)에서 저자 오경웅은 천주교도가 된 자기를 가리켜『전적(全的)으로 중국인이며 전적으로 가톨릭인』이라 하였다.
우리는 하나이며(우나) 거룩하고(쌍따) 공번된(가톨리까) 사도로(아뽀스똘리까)조차 내려오는 이 교회안에서 비로소 전적으로 한국인이라는 자각이 아쉬운 것이다.
가난하고 고독한 사람이 상(喪)을 입고 보면 하기야 통습대로 겪어나가는 길 밖에 없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절차에 유감이 없게 해보자는 생각은 반드시 가난과 고독이 빚어낸 자존심만은 아닐성 싶다.
대구 수성본당(주임 정순재 신부)에는 사도회(思悼會)라는 신자들의 악숀 조직이 있다. 본당에 각양각색의 그룹이 있어서 심지어 뜰안에 꽃밭을 짓고 가꾸는 일손이 어찌 훌륭한 구실을 한다고 하지 않겠는가.
그중에서도 초상집 궂은 일을 맡아나선 이 사도회야말로 악숀그룹의 끝자리에서 감투하는 천사들의 반열이라고 할 만하다.
경향을 막론하고 특히 이 장례풍습에는 간소화내지 개정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일종의 변태상을 보여주고 있다.
옳은 주택가도 못되는 잡다한 길섶에 끼인 상가라도 되고 보면 한 집 건너 목노집에서는 주흥에 겨운 가락들이 드높고 앞뒷집의 트랜지스터 텔레비소리도 한술 양보하는 일이 없다.
이 무렵이 되면 가까운 장례사가 찾아와서 이것저것 돈과 바꾸는 차비들을 차려놓기 마련이다.
이같은 경황으로 상제들의 눈물도 마르게되고 허무한 마음은 무신론(無神論)으로 치닫게하거나 더욱 그런 신념을 굳쳐주게 되는데 아닌가 한다.
수성본당 사도회의 경우 관내 구역마다 책임자가 있고 또 전화보다 빠른 연락망이 있어 임종까지도 도울 수 있게 만전의 태세이다. 그뿐 아니라 이런 조직적인 활동의 덕분으로 많은 대세자가 나고있는 것은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종래에 통칭 연도꾼이라고 하던 비조직적이며 단지 자연발생적인 그짓에 불과한 것을 하나의 악숀그룹으로 양성하고 또 그 사명을 부여해 두었을 때, 기대한 것 이상으로 결실을 맺게한 것인 줄 알고 있다.
수성사도회는 조직을 관리해가는 과정에서 얼마간의 기금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가난하면 그의 인간적인 위엄도 버려햐한단 말인가! 그 지극히 낮은 존엄만이라도 살려주고 위안을 겹드려 주자면 사도회로서 도움을 배풀 일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이것은 사도회가 돈을 가지고 자선을 하는게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인간적인 자존심을 지켜보려는 빈한한 상가에 일등(一燈)을 불밝혀주는 일이다. 이취지에 촌지를 아끼지 않는 유지들이 반드시 나오게 될줄 믿어마지 않는다.
성영 백29의 우아한 읊조림과 또 우리 순교선열들이 지은 장중한 찬미경으로 엮어진 연도소리는 본당 관내에서 오늘도 쉬지 않는 연도(連禱)를 계속하고 있다. 수성사도회-그 착한 이름을 존경하면서 줄기찬 악숀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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