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11일에 천인공노할「칼」기 납북사건이 발생했다. 탑승자 51명 가운데「현석호」란 사람이 한목 끼었다. 처음에는 라디오와 신문에서 성명 3자가 한글로만 보도됐기 때문에 동명이인이 많았다. 그중에도「현」가란 드문 성인데다가 이름마저 같으므로 많은 사람들은 틀림없는「현석호」로 알았다. 따라서 각계각층의많은 분들이 위문전화를 걸어주셨다. 그리고 무사하다는 것을 알고서는 모두가 축하한다는 인사말을 빼놓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축하였다. 뿐만아니라 그후에도 만나는 사람마다 꼭 한마디씩 놀랐음과 반가웠음의 인사말씀을 베풀어주었다. 나는 이때처럼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에게와 천주께 감사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즉시로 감사미사를 드리고 감사의 기도를 수없이 받쳤다.
나는 본래 6ㆍ25때 꼭 납치될 뻔한 환경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다행으로 그것을 면한 이후로는 나의 여생은「덤으로 산다」는 생활관을 갖게 되었다.
이번에는 어쩐지「칼」기로 납북될뻔 했던 것을 또 한번 면한 것처럼 느껴저서 더욱 덤으로 살겠다는 생각이 굳어지면서 천주께서『모든 것을 덤으로 주시겠다』는성경말씀이 새삼 실감되기도 했다.
사건후 66일만인 지난 2월 14일에는 51명중 39명만이 송환되었다. 그중에「현석호」란 이름이 분명 있었다.
나는 그 이름을 제일 먼저 발견했고 또 제일 반가웠다. 나는 그분과는 모르는 사이다. 그렇지만 너무나 기뻐서 즉시로 그이에게 축하의 편지를 보냈다. 그 사연은 대략 이런 것이었다.
『그 이름자가 내가 아니었기에 나는 다행하다고 감사했다. 그러나 그것이 귀하이었기에 귀하에게는 미안하였다. 그것은 마치 귀하가 나 대신으로 피해를 당한 것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온 오늘날엔 그 이름이 만약「나」이었다면 아마 돌아오지 못했을 것을 그것이「귀하」이었기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나의 미안하였던 마음은 사라지고 오직 한없는 축하의 말씀을 드릴뿐이다』고… 이와같이 내가 받은 축하의 인사나 또 내가 보낸 축하의 편지나 다같이 좀 색다른 축하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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