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신도는 세속에 사는 그리스도인이다. 「신품과 교회에서 인정된 수도 신분에 속하는 이들 이외의 모든 크리스찬」이 평신도라고 정의한 제2차 바티깐 공의회 문헌(교회헌장 31항)은「성세로써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고, 하느님 백성 중에 들고, 그들 나름대로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직과 왕직에 참여해서 교회와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의 백성 전체의 사명을 각기 분수대로 수행하는 신도 」라고 풀이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사도적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 신앙과 세례를 통해서 그리스도와 결합하는 것은 교회의 신비 안에 그리스도인으로 자리하게 되는 근본요인임을 지적함으로써 평신도의 신원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고 있다. 교회는 포도나무이고 평신도는 포도밭의 일꾼일 뿐만 아니라 포도밭의 중요한 일부분인 동시에 교회의 다른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참 포도나무인 그리스도에 붙어있는 가지들인 것이다.
또한 평신도의 고유한 특징으로서 「세속적 성격」을 들고 있다. 성직자들도 때로는 세속 일에 관여할 수는 있지만 특수한 성소 때문에 본시부터 주로 성무에 종사하도록 되어 있고, 수도자들의 경우 진복팔단의 정신이 아니고서는 세상을 변경시킬 수도 없고 하느님께 봉헌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그 신분으로써 증명하고 있는 반면에, 평신도들은 본래 현세적일에 종사하면서 하느님의 뜻대로 관리함으로써 천국을 찾도록 불린 사람들이다. 현대의 교부들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평신도를 통해서만 교회가 세상의 소금이 될 수 있다」고 하는 특별한 사명에 비추어 평신도들은 세속 일에 종사하면서도 세계 복음화운동을 실천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2)사도직에 불림을 받은 평신도는 신자이면서 동시에 시민인 까닭에 교회에서나 사회에서 여러 가지 직분을 수행해야한다. 교회의 여러 단체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이를 수행할 수 있고 가정에서도 마땅히 해야 한다. 가정 사도직의 여러 가지 활동 중에서 버림받은 어린이를 양자로 받아들이는 일(평신도교령 11항)을 포함시키고 있는데, 세계 성체대회를 전후해서 한국교회가 벌이고 있는「한마음 한몸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평신도 사도직을 훌륭하게 수행해나가는 일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사랑을 통한 나눔의 실천이야 말로 「복음전파와 성화의 사도직」「현세질서의 복음화」와 더불어 평신도 사도직의 중요한 목표가 되는 것이다.
평신도 사도직의 첫 번째 무대는 가정이다. 신자 가정들이 기도하는 작은 성당이 되어야 신자들이 사는 세상이 참으로 복음화 될 수 있고,신자들 가정에서 성직자와 수도자를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성소의 온상이 되게 해야 교회 공동체의 균형잡힌 성장, 발전을 기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가정 사도직에 충실한 평신도가 사도직의 두 번째 무대인 직업전선에서도 훌륭히 그 직분을 다하게 될 것이다.
(3)평신도들은 개인적으로나 혹은 어떤 단체나 회(會)에 가입해서 사도직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고 평신도교령(15항)은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혹은」이라고 말한 것은 어느 쪽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사도직은 조직활동에 의한 사도직을 포함한 모든 사도직의 근원이며 바로 개인으로서 실행해야 할 사도직으로부터 평신도 사도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망·애 3덕의 실천을 통한 개인성화의 토대위에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 이렇게 하는 가운데 환경이 허락하는 한 잘 조직된 단체를 통해서 복음정신에 따른 활동으로써 평신도 사도직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적 사도직에 참여하는 평신도에게 개인 사도직이 면제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4)한국교회는 평신도에 의해서 세워졌다고 말할 정도로 평신도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전통을 가지고 있고, 지난번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국 교회야 말로「성직자 중심의 교회」라고 하는 일면도 있다. 구구한 설명을 피한 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성직자와 평신도 다 같이 각자의 자리를 제대로 차지하면서, 전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앉을 때에 앉고 설 때에는 서는 공동체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컨대 평신도가 정당하게 자기 몫을 챙기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공간에 하느님 백성의 다른 구성원이 자리하게 되는 사례는 생각해 봐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교회 안에서의 일들이나 밖에서의 시국문제들에 관해서나 다함께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난주 서귀포에서 가진 전국평협 상임위원회에서 교회 장상 한분이 간곡하게 당부한 사항은 이 시대 평신도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으로 여겨진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가지십시오. 특히 회장님들이라면 병오박해 때 순교한 성인 현석문 회장의 삶을 본받으십시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하며 영성적으로 성숙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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