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가톨릭시보를 펼쳐보면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을 때가 더러있다. 소위 지성인들의 새 입교자의 방명록 같은 열거이다. 그들이 신앙의 동문에 입교한 경사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은 심정은 너, 나 다를바 없지만 신입교자들의 전직과 현직의 경력이며 사회적 지위는 실로 다양하다. 이런 신자들을 얻은 것은 분명 자랑할만도하다.
그렇지만 얼핏 잘못 생각하면 교회가 지성인의 울타리에 기대이는 인상을 풍기게 되지 않을까. 교회가 지성인들을 인도한 것은 매우 대견스러우나 결코 신앙인의 대열에서 우대할 수는 없다. 비록 그가 고매한 철학을 통해서 신앙하게 되었거나 정치나 문학이나 예술을통 해서 신앙하게 되었거나 땅을 파고 연탄을 나르는 노동자의 신앙과 추호도 구별이 없을텐데 자꾸만 내심으로는 별난 대접을 하려한다.
도스도엡스키는『근대 러시아의 불행은 상류계급이 소박한 민중에게서 떨어져 나간데 있다. 이 분리로 현대의 인간에게 특징적인 신앙상실과 불안정이 닥쳐 왔다』했다. 한때 교회는 노동자들에게 무관심하는 사이에 노동자를잃고말았다. 아카데미칼한 교회에 소외당한 노동자는 떨어져 나갔다. 그것은 분명 교회의 아픈 곳이었다.
소설「악령」에 샤또프는 스따로브긴에게『자네가 무신론자임은 자네가 귀족의 젊은이기 때문이다. 자네는 노동을 통해서 하느님을 찾아라!』『하느님을 노동으로? 어떤 노동을?』『백성들의 노동이다』했다. 맹렬한 전쟁에서 수없는 병사는 죽었어도 살아남은장군은 훈장을 탄다.
프랑스혁명 때 브르죠아계급은 자기들의 자유를 위해서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만인을 위하여 보편적 자유와 행복을 위해 싸웠다는 환상을 하였다.
신부까지 된 나는 나의 신앙을 싹트게 하기까지는 무학(無學)한 어머님의 우직하고 단순한 믿음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더 많은 것을 알고부터는 그만큼 신양의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있다.
샤또프는 외쳤다.『인민을 갖지 않는 자는 하느님을 갖지 않는다!』파리세인과 사두세인 두 사회집단은 당초에 신학적 원인에서 분열하지 않았다. 귀족계급의 사두세인, 인테리층의 파리세인 양자는 정치적 이익에 대립하여 신학적 견지에까지 미친 것이다.
설교자의 욕심은 노동자 열명보다 한 사람의 유명한 지성인을 원할 것이다.
교회운영을 구실 삼아 백원짜리 스므명보다 만원짜리 한 사람의 부자를 바랄 것이다. 교회는「가나안」을 향하는 사막의 행자(行者)이다. 그러나「에덴」낙원에 교회를 세우고 싶은 유혹을 단연코 극복할 것이다.
이 세상에 없는 성인들은 천당에 가도 없다. 지성인들은 교활하다. 순수 신앙은 대중에게 있고 최후로 말을 건넬 수 있는 곳은 대중이다. 물 한사발 얻어마실 수 있는 곳은 대문 없는 판자집이다. 교회가 돈을 알 때면 부자집 문을 두드리게 된다. 그렇지만 교회의 참「이미지」는 빈민굴과 굳은 땅을 두드려야 한다. 저 모세가 지 팽이로 바위를 내려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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