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회 이전 얘기다. 전교지방에 떠난다고 유럽 선교사들은 수염을 기루더라. 아직도 새파란 청년들인데도. 그런가 하면 그들은 아프리카에 가서도 유럽의 교회법에 따라 머리꼭대기에 직경 4~5cm의 원형으로 머리털을 면도로 밀고 다녔다. 이것이 삭발례의 표시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는 소위 개화족속들이 백인들의 것은 무엇이든 「모던」인줄 알고 이 삭발을 모방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한다. 이 얼마나 비본질적인 것의 고집이 빚어낸 웃지못할 희극이었던가.
공의회후 종래의 포교학의 개념은 그 핵심에까지 변화를 보았다. 그 이전에 이미 고댕 신부의 유명한「프랑스-전교지방?」이란 저서로 피선교지의 표상은 헐리게 되기도 했다. 전통적 그리스도 교_들이 탈그리스도교화됨에 따라 또 정치적으로는 식민지가 _립되고 피식민민족들의 국민주의가 세계도처에서 지각을 깨고 폭발하면서 포교문제는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포교는 단순한 복음화와 동시에 「개발」이란 사명을 동반했다. 세계는 선진국과 미개발국 사이의 범주에 따라 등급과 차별을 받게되었다. 외국인들은 이제 수염 대신 위압적인 다른것을 갖고 온다. 고마왔던 밀가루로부터 병원 건설까지, 이런것은 결코 지배를 정당화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 사실인 즉 선교사들은 재정의 여유와 실권을 가짐으로써 선교적평면에까지 주도권을 행사하며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전교지방의 민족적 특성과 지역성을 배반하고 따라서 진정한 그리스도교 복음화를 세속적인 기업에로 전락시킨듯한 과오를 빚어내는 것이다. 하기야 좀 더 심층적인 사회학 영역의 무슨 조사니 세미나니 또는 재교육코스니 하는데 원조가 있었다. 이것은 진정한 개발의 일면 인적자원ㆍ인간개발을 목표로 했을 것이다. 하나 돈내는사람들은 도시 한국과 한국인의 깊이는 끝내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밑에 일하는 한국인 가운데는 헬더ㆍ까마라 대주교 말을 빌자면 「편승 착취자」도 더러는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인지, 공의회직후 아프리카에서는 교회는 아프리카화를 단행하고 재빨리 교회의 행정권과 그 책임을 본방인에게, 재정적 인적지원을 선교사에게 감당하도록 하였다.
지난 현충일날 서울서「젊은 수도자 회의」라는 모임이 있었다. 세미나와 토의, 스포츠 등으로 엮어진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 그 의도였는듯 하다. 거기서 토론되고 거론된 의견중에 이 회의의 의의와 목적 등이 애매하다는 것, 특히 한국 젊은수도자들이 외국인의 장상아래서 겪는 곤란 등이 피력되었다 한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인것 같다. 수도생활의 어려움위에 다시 동화거부성(同化拒否性)을 띤 외래적영성의 부과와 설상가상격으로 외국인과의 공동생활에서의 마찰에 대해 외국인 장상은 해결은 커녕 누구든 그런 곤란을 표명하는 날이면 두말없이 축출되고 만다. 이래서 많은 수도회는 방인회원(邦人会員)의 격감(激減)을 노정(露呈)하고 있다 한다. 이것은 교회의 앞날을 위해서 심히 불행하며 우려되는 일이다. 한국안에서, 폐쇄된 이들 집단내에서 종교적이란 구실 아래 민족적 압박과 많은 불의와 인격 말살이 저질러지고 있다면 이것은 중대한 문제다. 더구나 그네들에게는 단절의 벽만이 가로막고 있다.
오늘날 제3의 세계에 대한 포교는 선교사들의 자세에 라디칼한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하여튼 그들의 자세가 호랑이 담배 피우는 시대를 탈피했다고는 장담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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