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년 전례시기중 최절정을 이루는 성주간이 또다시 다가왔다. 이 시기가 전례행사에 결정을 이루는 이유는 이 때에 기념하는 그리스도의 업적이 그의 일생중 가장 뜻깊은 업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수난과 십자가 위에 돌아가심과 부활이다.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은 그리스도의 구속사업 전체라 할 수 있으며 모든 구세사의 사건은 이를 준비하였고 또 여기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을 구속하시기 위해 마땅히 고통을 받아야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고통을 원하시지 않았다. 다만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신 것 뿐이다. 고통 그 자체는 죄의 결과로서 인간생명에 있어서는 더할 수 없는 악이다. 이런악을 우리는 바랄 수 없는 것이고 또 바라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는 고통에 대해 가져야할 태도를 그리스도에게 배워야한다.
이 세상에는 고통이많지만 이 고통을 하느님이 보내주시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릇된 인식이다. 고통은 죄의 결과이다. 하느님과 멀어진 신을 거부하는, 신의 법을 무시하는 세계는 고통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그 예는 허다하다. 가정이 화목하지 못할때 서로 서로에게 미치는 고통, 그리고 자녀들이 받는 고통은 형언할 수 없다. 부모 없는 고아, 또한 누가 부모인지도 모르는 사생아들은 인간들이 한순간에 지은 죄의 대가를 일평생을 두고 갚는 것이라 하겠다. 또 인간의 증오가 서로서로 주는 고통, 몰이해에서 받는 심적 고통 이 모두는 죄의 결과로서 받는 고통인 것이다. 인생은 고해라 한 말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
그리스도는 이러한 고통을 제거하시지 않았고 고통에 새로운 의의를 부여 하셨다. 즉 십자가의 고통은 죽음으로 그치지 않고 오히려 부활로 나아가는 방법으로 삼으신 것이다.『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사랑은 없다』(요한15ㆍ13)고 말씀하신 예수께서 사랑으로 고통을 받으신 것이다. 누구든지 사랑하고 봉사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어려움과 고통이 따라오는것이다. 고통이 없는 사랑과 봉사는 헛되고 사랑과 봉사의 정신이 없는 고통도 헛된 것이다.
그러기에 사랑과 봉사에 고통이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크리스찬은 고통을 사랑과 봉사로 받아 들여야 된다고 본다. 그래서 사랑과 봉사의 정신으로 그리스도를 따라 고통을 받을 줄 아는 인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죄의 결과가 고통이라면 이 고통이 우리에게서, 더 나아가서는 나에서 그치고 더 번져나가지 못하게 막는것이 크리스찬이 그리스도의 구속사업에 참여하는 길인 것이다. 크리스찬은 남의 고통을 덜어주는 인간이지 더해줄 수 없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사랑과 봉사로서 받는 고통은 부활로 새 생명으로 새로운 삶으로 인도한다. 즉 이렇게 받는 고통은 희망의 원동력이 된다. 이 사실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실행한다면 이사회는 참으로 희망에 찬 사회가 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크리스찬이 자각하지 못한 탓인지 이 사회는 오히려 절망으로 가득하다. 인간은 고통에 눌려 살고있지만 크리스찬은 고통을 지배하고 희망으로 고통을 극복하며 사는 인간이다. 우리는 절대로 고통의 편이될 수 없고 끝까지 고통에서 승리하는 그리스도의 편이라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는 생명의 원천이다. 생명을 모독하는 고통을 제거하는데 또 고통의 원인이 되는 죄를 제거하는데 가장 앞장서서 싸워야 하겠다.
우리는 현세대의 고통과 죄 앞에 너무나도 약하다. 죄를 시인하고 합리화하고 있지 않는가? 사회부정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 보고 이와 타협하며 무죄한 자의 고통을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나 않은지? 그리스도를 따르려면 매일의 십자가를 져야 할 터인데 십자가가 무서워 피하고 살아서는 안되겠다.
십자가의 고통은 무서운 고통이나 사랑과 봉사로서 믿을 땐 반드시 부활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신앙이다. 우리는 신앙이 약하기 때문에 십자가를 무서워 하는것이다. 그리스도와 같이 부활한다는 것을 확실히 믿을 땐 모든 어려움과 고통은 영광의 씨앗이 될 것이고 또 우리가 사회를 정화하는 힘도 배가될 것이다.
1970년도의 성주간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더욱 깊이 깨닫는 때가 되길 바라고 삶의 희망이 더욱 충만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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