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숫자 개념이 지난 20여년 사이에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 아니 지금도 혹자들은 딱 부러지지 않는 우리식의 숫자 개념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두세 명 서너 시간 예닐곱 살 등등. 대개의 숫자를 복수로 묶어 사용하는 우리의 수학 의식은 좋고 싫음 긍정과 부정을 금 그어 말하지 않는 전통과 상관관계가 있다. ▼단수적인 표현으로는 우리네의 넉넉한 마음을 담는 것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모든 것이 분명치 못한 민족성에 기인한다는 부정적인 진단도 가능하다. 대여섯 시간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 생각하는 우리의 생활양식이 우리끼리의 삶에는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호가 갑자기 개방되기 시작한 해방이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접촉했던 외국인들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에게 붙여진「코리안 타임」이란 애칭(?)이 이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넉넉한 숫자 개념의 대물림은 어떤 부분으로는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접한 한 재미있는 통계는 우리나라 남자들이 자기 애인을 기다리는 최대 시간이 무려 12시간이라고 밝히고 있고 평균치로 따져보면 2시간 이상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으로 변했다고 흔히 표현되는 요즘 젊은이들이라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만큼은 아직「코리안 타임」이라 불리어도 좋은 모양이다. 시간관념과 사랑관념은 영원한 평행선이 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데 시간 따위가 무슨 걸림돌이 될 수 있겠는가. 진정한 사랑이라면 평생을 기다린다 해도 아무런 하자가 없을 것이다. 대림절이야 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계절이다. 신자인 우리가「모두 함께」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한분 예수 그리스도 주님이시다. 우리를 위해 죽으러 오시는 그분을 우리는 죽기까지 사랑해야 마땅하다. 1980년대를 마감하는 이번 대림절만큼은 연례행사처럼 무감동하게 보내지 말자.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의 마음을 열고 그분을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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