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 입학시험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1월 24일 마감된 각 대학별 지원 현황은 예년과 조금도 다름없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있다. 우리입시제도의 고질병인 눈치작전이 이번에도 중ㆍ하위권 학생들에게서 치열한 양상을 보인 것도 물론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인간사회에 있어 대학은 최고의 지성을 채워주는 상아탑으로 비유된다. 물론 인성적인 성숙도 포함되긴 하지만 대학에서 추구하는 최대의 목표는 지식의 쌓아올림에 더 가깝다. 지식의 축적과 그 지식의 활용으로 인간사회는 발전과 번영을 가속해왔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이라는 상아탑에서 배운 학문과 이론, 그리고 실기가 인간사회의 발전과 문명화를 앞당기는 토대가 되어왔음은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다원화 사회는 다양한 모습의 인간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학력 계층에서부터 대학공부의 기회를 획득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단계 학력분포도 이중의 한 현상에 속할 것이다. 그것은 대학에서의 학문이 사회발전에 기여한 바는 크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심오한 학문적 바탕과 연구가 필요한 분야, 고도의 기술이 적용되는 현장, 그리고 단순한 노동력으로 충분한 제 시설 등이 망라되어 있는 우리 사회가 대학 출신만으로 이어져 나갈 수 없음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고졸이나 전문학교의 학력만으로 충분한 직장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대학졸업자들이 자리를 메우는 우리의 현실은 그 심각도가 지나치다.
국민의 고학력화를 애써 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사회전체의 발전과 고학력화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의 유별난 고학력 지상주의가 유교전통에서 이어진 것이라면 우스운 일이다. 우리는 기술향상이 필요한 산업사회에 살고 있고 수백 년 간 이어온 유교적 전통을 이미 상당부분에서 버리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60여만 명의 입시지원생 가운데 13~14만 명 정도에게만 대학의 문이 열려져 있을 뿐이다. 나머지 45만 명은 또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입시가 두렵고 공부가 지겨워 스스로 제 목숨을 끊어버리는 청소년들. 어른 뺨치는 범죄행각으로 파멸의 길을 선택하는 청소년들. 이들의 어두운 현실은 바로 우리의 어두운 미래를 예고해 주고 있다.
무조건 대학을 포기하라는 요구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 많은 청소년들이 대학의 좁은 문 앞에 몰려들지 않아도 좋을 사회구조를 만들어가는 일이 우선 되어야한다.
극에 달한 올해의 입시경쟁이 또 어떠한 청소년문제를 불러일으킬지 두렵기만 하다. 청소년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에 승복,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자세도 이들을 수용하는 사회, 이들이 땀 흘릴 수 있는 일터가 있을 때 가능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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