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이 같아지는 춘분이 지나면 만물이 소생하여 저마다 고개를 쳐들고 얼굴을 내밀 수 있도록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이 때 역시 예수의 소생, 다시 말해서 부활절을 맞이 하게 되는 것은 시기적으로는 물론 그 의미로 보아서도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겨울동안 만물이 잠자고 있다가- 어떻게 보면 죽어 있다가-봄이 되어 소생하는 것은 예수께서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난 것을 해마다 거듭 본받으며 축하 하는듯 하다. 이 만물축에 끼는 우리 인간도 저 만물들처럼 죽어서 다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안그래도 예수께서는 그런 뜻의 말씀을 하신 것이 있다.『나를 믿는 자는 죽었을지라도 살아나리라』(요한11ㆍ25) 살아날 조건은 믿는 것이고 믿는다는 것은 믿는 이와 믿을 이가 일치되어있다는 말이 아닌가? 이렇게 하나가 되었을 때 그가 내려가면 나도 내려가게 되고 그가 올라가면 나도 올라가게 되고 그가 올라가면 나도 올라가게 된다. 그가 죽었으면 나도 죽고 그가 다시살면 나도 다시 살게된다.
예를 하나 들자. 부부라면 의례 정답겠지만, 실제적으로 유달리 정답고 행복해서 조그마한 불의도 모르고 아기자기하게 살던 부부가 있었다.
몇해가 지난후 정든 님이 가셨다. 단꿈에서 깨난듯한 부인은 몸담을 줄도 담을 곳도 모른다. 같이 죽지 못한 것이 더없는 한이다. 발걸음도 자기걸음 같지않고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아 허공에 떠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그 눈에는 뭇남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도시 만나기도 싫고 만나도 피한다. 어쩌다 보게되면 다 님으로 헛보인다. 보고픈데 안보인다. 그래도 보고싶어 죽을지경이다. 자기 몸이 자기 몸이 아니다. 세상에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자기밖에 없는 것 같다.
헛보인다든가 보고파하는 것은 님이 살아있다는 표다.
죽어서 아주 없어졌으면 그럴 수가 없다. 없는 것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존시에는 님 생각이 그렇게 악착같지 않았고 그 정이 그토록 애절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님이 죽었기 때문에 이제는 님이 그토록 보고 싶은 것이다.
님이 가셨기에 그 님을 자기 마음 깊은 곳에서 보고 또 보고있는 것이다. 죽음으로써 님은 보이지 않지만 그 모습은 그 얼은 그 전체는 보다 더 힘차게 보다 더 끈덕지게 그 애인의 마음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죽음이 서로를 분리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더 일착시켜 불리하게 된 것이다. 죽어도 사는 또 죽었어도 사는 길은 오직 죽음뿐. 이를 뒷받침하는 예수님의 말씀은 숱하다.
임종하는 부모를 눈앞에 보는 자녀들의 마음은 이루 표현할 길 없고 운명한 부모를 다시 살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것이다. 오래 보고싶고 영원히 모시고 싶은 것이다. 장수를 희망하고 영생을 갈망하는 것이다. 내가 죽어서 부모가 다시 살 수만 있다면 죽기라도 할 만큼 삶을 애원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본능이다. 기본적인 본능이고 제일차적인 욕구다.
사랑의 성질이 이렇다. 이런 본능이 신에게도 있다. 그 때문에 우리의 죽음을 원치않으시고 삶을, 영생을 간절히 영원하시는 것이다. 생명 자체시요, 생명의 근원이시기 때문에 우리를 죽지 않게 죽었을지라도 다시 살게 하실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니 당신을 믿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을 못보게 죽게 내버려두실리는 만무하다. 살려놓고야 만다. 오래보고 싶고 길이길이 살리고 싶으신 것이 당연하니 말이다.
예수님은 성부를 믿으셨기 때문에 죽으셨다가도 다시 살으셨다면 순리적으로 우리는 예수님을 믿어야 살고 죽었어도 다시 살 것이 아닌가? 우리의 살아날 길은 믿음뿐, 믿음으로만 구원을, 믿음으로 인한 사랑으로만 영원한 삶을 얻는다는 것이 예수의 우리 인간에 대한 유일한 희망이다. 우리의 생사가 이 믿음과 믿음에 따르는 사람에 달렸기 때문에 또 우리의 삶을 원하기 때문에 예수님은 자꾸 믿으라 사랑하라 외치시는 것이다. 고마운 부르짖음이요 구원의 부르짖음이 아닌가? 새싹이 트는 봄철에 최고의 부활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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