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우리교회 내에서 매스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있다. 참으로 좋은 현상이다.
지난 17일 금년도 제1차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문화방송의「5분명상」시간을 사기로 의결하고 그 계약문제를 김 추기경에게 위임했다. 매스 미디어 특히 전파미디어의 효과를 높이 인정코 가톨릭사상 전파에 이를 적극 활용키로 한 것이다.
얼마전 부산교구에서는 경남지역의 언론육성을 위해 이 지역 최초의 언론인상을 제정했다. 푸짐한 부상도 마련코. 그뿐아니라 제1차 전국상서국회의에서는 각 교구에서 발행하는 모든 문서를 교회언론기관에 보내기로 했다.
이러한 일련의 결정들은 오늘날 매스콤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충분히 인식코 교회의 목적 달성을 위해 매스콤을 선용해야겠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는 증거다.
우리는 여기서 모처럼의 이와같은 쾌사가 더욱 성과를 거두도록 교회가 시정해야할 언론에 대한 태도 몇 가지를 지적해 두고자 한다.
그 첫째는 교회의 언론 기피태도이다. 지금까지의 교회당국의 언론관은 폐쇄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교회당국은 생각이나 계획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개방적이고 더욱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걸핏하면 내거는 비공개회의와 기자들의 접근마저 막아버리는 처사는 시정해야 될 줄 안다. 기자들이 원할 때는 언제나 손쉽게 접촉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기구를 마련하고 협조하는 태도가 앞서지 않고는 일반에게 교회를 인식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언론은 우리의 아픈 곳만 건드린다는 피해망상증에서 벗어나야한다. 원래 충언은 귀에 거슬리는 법이다.
그러나 우정어린 충고를 피해서는 안된다. 충고를 달갑게 받아들이고 시정해나가야 하는것이 참다운 교회의 태도일것이다.
둘째 언론에 아부하려는 태도나 언론을 매수하려는 태도도 버려야 한다. 교회당국이 언론과의 우호적관계를 수립하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명하에 언론의 사명을 다하기에 필요한 건전한 이성을 흐리게 할 만큼 심리적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 이번 부산에서 제정한 언론인상도 이와같은 결과를 초래하지않도록 운영에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셋째 성직자 만능태도를 버려야한다. 성직자는 모든 면에서 전문가이며 성직자만이 양심적이라는 태도는 크게 잘못이다. 언론에서도 마찬가지다. 성직자가 직접 담당해야만 청취자의 관심을끌고 공명을 얻는 것은 아니다. 특수한 기술분야에서는 오히려 평신자 가운데서 더욱 유능한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얼마전 모교구에서는 국영방송(KBS)이 제공하는 종교담당시간에 신부들이 일손이모자라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핑개로 등한시함으로써 시간을 뺏긴 일이 있다. 막대한 돈을 주고 사서 쓸려는 귀중한 방송시간을 공짜로 주는 것도 활용치 못한 것이다.
이번에 결정된「5분명상」은 민영인 문화방송을 이용할려고 한다. 이 방송은 전국적인 방송망에 가장 많은 청취자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방송될「5분명상」은 하루의 분주한 생활에 쫓기던 현대인들이 이제막 휴식으로 들어갈려는 밤11시 이후다. 바로 하루를 돌이켜보고 자기를 반성할 시간인 것이다. 이때 고요한 멜로디와 함께 우리의 귓전에 속삭여 올 명상의 말들은 물질 문명에 짓눌린 하루의 일과에서 정신을 되살려주는 훌륭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막대한 희생을 부담하고 얻은 값진 시간을 조금도 헤프게 사용해서는 안될 것이며 5분이 50분으로 50분이 5시간으로 늘어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일을 계기로 우리사회에 복음을 전하는일에 온교회가 일치협력하여 각자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고루한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겠다. 언론은 우리의 적도 아니요 우리의 부당한 무기가 될 수도 없다. 언론의 사명을 똑바로 인식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이용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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