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일에 쫓기다 보니 일주일에 한번 돌아오는 주일이 여간 바쁜게 아니다. 청탁받은 원고도 써야하고 또 오래 못써온 시도 써야겠다는 생각등 아침부터 머리속은 일에 대한 중압감으로 복잡하기 이를데 없다.
게다가 자라나는 아이들 상태마저 소홀히 할 수 없고 한 집에 살고있는자식들이지만 아침 저녁으로 잠깐 얼굴을 대하는 정도만으로 그들의 성장과정을 보살펴 줄 수가 있겠는가.
이렇듯 사람이 살아가는데 할 일이란 생각하면 할 수록 한이 없는 것 같다.
겨우내 막혀버린 수채구멍도 뚫어야하고 무너진 담도 고쳐야한다.
우리는 이 많은 일들을 얼마만큼 다해내며 살아가고 있는가? 아침상을 물리고 나서 우선 텔레비의 스위치를 틀어놓는다. 담배를 피워물고 바라보는 텔레비 화면에 나타나는 것은 지금 인기절정의 연속극이다. 잠시 텔레비나 즐기고나 서 일에 착수해야지 이런 생각으로 텔레비 앞에 앉은 것이 큰 잘못이다. 연속극이 끝나면 곧 이이서 외국의 흥미있는 프로가 계된다. 아무 부담 없이 눈에 비치는 텔레비를 보면서 반나절쯤 보내기란 정말 누워서 떡먹기다. 어느새 점심상이 떡 차려져서 들어온다.
『벌써 점심상이요?』
『벌써가 워예요. 오후 두시가 넘었는데요』『뭐 오후 두시?』
시계를 보니 과연 오후 두시가 넘어있다. 점심을 물리고나서 나는 책상앞에 가 앉는다. 펜을 들었으나 도무지 글이 되지 않는다. 다시 벌렁 누워서멍하니 천정을 쳐다보기를 약10분.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다시 기분 전환을 위해 아들 놈을 불러서 바둑이나 한판을 두자고 청한다. 처음엔 딱 한판 두자던게 두다가 보면 이 바둑 역시 뜻대로 되지않는다. 한판이 두판 되고, 두판이 세판이 되고보면 방안에 석양빛이 비치고 저녁상이 들어오는게 아닌가 아, 오늘 하루도 이렇게 해서 보내는구나!
그 다음은 야릇하기 짝이 없는 어떤 환멸감과 뉘우침만이 내 가슴을 찍어 누른다. 이미 흘러간 시간을 돌이킬 수 없다.
다음 주일만은 알차게 후회없이 보내자 생각하며 일주일의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또 주일을 맞는다.
그런데 다음 주일도 그 다음 주일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늘 내 생각과는 달리 텔레비나 바둑으로 흐지부지 보내고 만다. 이렇게 보내기를 벌써 반년 이상이다. 이제는 거의 만성이 되어 저녁 빛을 바라보면서도 쓰라린 후회감도 솟지않는다.
텔레비 회사에서는 시청자를 많이 얻기 위해 흥미 있는 프로를 만들려고 서로 혈안이 되고 있다. 텔레비 회사의 욕심은 아마도 모든 사람이 이것저것 일을 다 제쳐놓고서라도 텔레비만 봐주었으면 할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다고 사람들이 텔레비만 보게 되는 것도 문제가 아니겠는가. 텔레비로해서 야금야금 시간을 빼앗기는 사람이 나 한사람 뿐일까?
안보면 되지 않느냐? 라는 말은 기당치 않다 아침부터 흥미 중심의 연속극을 내보내는 텔레비 회사에서 먼저 생각해 볼 일이다. 연속극이나 영화 같은 것은 저녁 휴식시간에만 보내고 사람들이 일해야 할 낮 시간에는 보내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
어떤 사람의 익살도 남을 위해 있는 시대다. 이런 일이 있다.
어느 직장에 익살군이 있어서 늘 동료들을 웃기고 있었다. 하루는 이친구가 뚱하니 말이 없는 걸 보고 마주 앉은 동료가 하는 말이
『자네 오늘 웬 일인가? 왜 우리의 허락도 없이 시무룩해 있느냔 말이야. 자네의 익살은 벌써부터 우리들이 즐기고 있는 것인즉 자네는 함부로 뚱해서는 안돼!』그러니 텔레비 회사라고 시청자가 간섭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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