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되는 삶이지만 흔들리지 않는 슬픈 확신이 하나있다. 『돈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마(魔)가 낀다』는 사실이다. 시체가 있는 곳에는 까마귀가 모여 들듯이….
군종신부를 마치고 전주시 외곽의 한 작은 마을(동산촌)에 초대 주임 신부로 발령을 받아 갔다. 작은 타이탄트럭에 이불과 책을 싣고 고물 포니 승용차에 옷가지와 잡다한 악세사리를 실은 채 사제관으로 얻은 전세집 들어서니 청소하고 문 바르던 교우들이 일제히 환성을 지른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부인가! 앞으로 함께 고생할 나의 양떼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참으로 착하디 착한 우리 교우들…. 그런데 바로 그런 교우 중 어떤 교우-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던-들에 의해 사제는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 주로「돈」때문이다. 세상 속의 교회인지라 교회도 어찌 돈이 필요치 않겠는가. 그리고 들어온 돈은 다시 사회에 환원시키게 마련인데 바로 이때 이 돈을 탐내는 무리들이 생긴다. 주로 교회가 어떤 공사를 하거나、 신도들이 마련한 땅을 매각할 때、또 새로운 땅을 매입하거나 건물을 임대차 할 때는 꽤 큰돈이 오고간다. 바로 이러한 기회를 기가 막히게 노리는 영리한 교우들이 있다. 그리고 그 영리한 교우 중 대부분은 평소 내노라하는 회장님들 중 한분인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연세 드신 선배 신부님들께서 『돈만은 신부가 관리해 야해』라고 충고하시곤 하는 것은 모두 그런 연유가 있는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그 돈 때문에 사람을 잃게 되어 마음 아프시다는 회고담을 가끔 듣는다.
동산촌의 초대 주임신부로 부임한 얼마 후 만났던 한 반신불수 「안나」할머니의 말씀이 가끔 뇌리를 스쳐간다.
『신부님! 절대로 신자를 믿지마、 지금 여기에 성당 세 번 짓는 것이여…』하며 만 원짜리 지폐 몇 장을 꼭 쥐어주시던 모습은 두고두고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성당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본당으로부터 돈을 타고는 줄행랑을 친 회장이 둘이나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돈! 이 돈이 항상 문제다. 흔히들 「돈 세례」한번 받을 수 없나…하는 꿈을 꾸지만 난 거꾸로 생각한다.
이 돈! 이 돈에게 세례를 줄 수는 없을까? 하고 궁리해 본다. 돈이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뜻대로만 모이고 흩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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