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대림 제2주일은 주교회의가 제정한 인권(人權)주일이다. 금년도 인권주일은 8회째를 맞이했다.
주교회의는 82년 10월 가을 정기총회에서 인권주일을 제정하면서 『인권운동을 교회적인 차원에서 전개하기로 했다』고 간략하게 취지를 밝힌 다 있다.
교회의 특별주일은 교황주일 전교주일 성소주일 홍보주일 같은 보편교회 차원의 주일과 인권주일을 비롯한 구라주일 군인주일 자선주일 등 지역교회 고유의 주일로 대별된다.
보편교회가 함께 기념하는 특별주일은 교황청이 제정、 모든 나라의 지역교회에서 동시에 실시하는데 반해 지역교회의 특별주일은 지역 주교회의가 제정、 그 지역 교회 내에서만 기념하는 차이가 있다.
아무튼 모든 특별주일은 그 지향하는 바가 뚜렷하며 무엇보다도 필요성에 의해 제정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향하는바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재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특별주일에는 그 지향에 따라 특별 기도와 함께 특별헌금을 실시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80년대 초반 주교회의에서 제정된 인권주일은 특별 헌금 없는 특별주일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인권주일에 특별 헌금을 실시하지 않기로 한 것은 기존 특별 헌금주일이 많은데도 요인이 있겠으나 그 대상이 너무나 광범위하다는데 더 큰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를 바꿔 생각하면 과연 인권주일 제정이 기존 특별주일과 같은 형태의 특별주일로 제정할 필요성이 있었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인권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중요한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하고 대상이 광범위한 문제를 특별주일이라는 테두리 안에 묶어놓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특별주일이란 글자그대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기념하는 주일이지만 어느 면에서는 한시적이며 제한적인 의미가 강하다. 오히려 인권문제 같은 경우는 이를 특별주일로 기념하기 보다는 일년내내 관심을 갖고 필요할 경우 제한 없이 발언하고 대처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주교회의가 인권주일을 제정할 당시 82년도는 제5공화국 출범초기이며、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의 주범을 숨겨준 죄목으로 원주교구 최기식 신부가 구속 수감돼 있던 시대적 상황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74년 원주교구장 지학순주교의 구속이후 계속된 성직자ㆍ평신도의 구속과 그에 따른 교회 제단체의 발언이 잦았으며 이에 따른 교회내의 불협화음도 없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인권문제는 곧 정치적인 문제로 국한되다시피 하였고、 주교회의는 중구난방식 발언으로 인한 혼란을 정비하기 위해 주교단 명의의 대사회성명서도 주교전원의 동의하에서만 발표키로 하는 등 고육책을 마련하기까지 하였다.
따라서 80년대 초반 우여곡절 끝에 새 공화국이 출범하였으나 민주화에 역행하면서 인권문제에 대한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자 주교단이 서둘러 인권주일을 제정했다고 볼 수 있다.
주교회의가 인권주일을 제정하면서 인권운동을 교회적인 차원에서 전개하겠다고 밝힌 취지는 이를 잘 입증해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인권문제로 인해 교회가 70년대와 같은 혼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인권주일은 제정 후 8년째를 맞이하면서 교회가 인권주일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대안책 마저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1회 인권주일에는 주교단이 특별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으나 후속조치가 제대로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인권주일 제정자체가 어느 면에서는 상당히 조급하게 이뤄졌음을 재삼 확인해주는 셈이다.
인권이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생명ㆍ자유ㆍ평등 등에 관한 기본적인 권리를 말한다. 인간의 이 기본적인 권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직접 부여받은 것이기 때문에 신성불가침의 권리이다.
따라서 주교단은 제1회 인권주일 담화문에서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이 인간다운 존엄에 상응하는 삶을 유린당하고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리가 짓밟히고 있다』고 현실을 개탄하면서 특별히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에 대한 우리교회의 자각과 각성을 호소했다. 국가권력의 인권존중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교회와 신자들의 각성과 노력이 절실함을 강조한 것이다.
인권이 아무리 불가침의 영역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수반되는 책임과 의무를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책임과 의무를 망각할 경우 결국 인권의 침해를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인권문제에 있어 너무도 정치적인 면에 편중된 감이 없지 않다. 공권력의 남용에 따른 인권보호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인권문제에 있어 시야를 더욱 넓혀 가난한 자、 버림받은 자、 심신장애자들의 인권을 진작시키며 말없이 죽어가는 수많은 태아들의 생명수호、 각종 공해로부터의 보호 등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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