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곳의 농촌교회에 나눔 실천을 하고 있는 「한형제회」에 전남 흑산본당의 홍도공소의 애절한 사정이 전해졌다. 원래는 불광동 바울로회에 접수된 사연인데 한형제회로 넘겨진 것이다. 마침 한 곳에 더 예물을 보내줄 곳을 찾았는데 하느님의 섭리로 홍도에 가게 됐다. 흰 고무신을 신은 수사 한분이 우리 일행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홍도는 전주민이 어업으로 삶을 영유하며 신자는 1구에 10여명, 주일학교 학생이 20명 정도이다. 20년 동안 방치됐던 공소성전을 수사님이 오셔서 어렵고 힘들게 보수해 지난 6월에 대주교님의 축성으로 재봉헌 됐다. 관광객들이 성당이 있느냐고 물었을 땐 없다고 거짓말을 한 후 울었다는 공소신자들. 어떻게 추하고 파괴된 모습을 보일 수 있었을까? 차라리 없다고 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4년 전 대주교님께서 관광차 오셨을 땐 차라리 흔적조차 지워버리려 했었다고 그 곳 신자들은 말했다. 홍도공소 1구에서 2구로 넘어가보니 예수님이 우리를 나무라시는 것 같았다. 그래도 1구보다는 괜찮다는 2구의 성전은 도시본당의 화장실로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이다. 20년 동안 그 어떤 분도 사목방문 한번 안 해 홍도의 신자 대개가 개신교 신자가 되었지만, 천주님을 잊지 못한 순박한 2~3명의 신자들이 불씨가 되어 수사님과 함께 믿음의 불꽃을 태우려 하고 있다. 수사님께 제일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여쭤 보았더니 TV한대였다. 그곳 주민들에게는 교리교육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VTR교육이라 강조하셨다. 2년 전「가톨릭신문」과 각계의 도움으로 진수된 흑산본당의 전교선을 타고 신부님을 따라 시간 반의 항해 끝에 흑산도 본당으로 갔다. 마침 사제관 슬라브공사로 전신자가 동원돼 노력봉사 중이었다.
반죽된 시멘트를 머리에 이고 지붕에서 봉사하는 자매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10여개의 공소 중 5개가 완전 파괴되고 흥도공소 한개만 건졌다는 본당신부님의 말씀에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았다.
수녀님이 꼭 필요한 본당 형편에도 모시지 못한 실정에 수녀원 공사가 끝나면 두 분이 오실 수 있다는데, 물론 현재도 재정자립이 못되는 형편이다. 피서철 반짝 붐비는 흑산본당과 홍도공소에 다녀간 대부분의 도시 신자들은 우월감과 자신감만 얻어가는 것 같다.
수사님께 냉장고를 보내주겠다는 사람은 많았지만 정작 냉장고는 없었다.
적은 예물이지만 매월 보내드리기로 약속한 후 사제관공사 현장을 떠나왔다. 우리 일행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했다.
도시교회의 중산층화, 신자들의 엘리트화, 성전의 호화ㆍ사치화 등에 가난한 자들은 감히 (?) 발조차 들여 놓지 못하게 만들어진 교회실상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큰 문제인 것 같다.
오늘의 교회는 짠맛이 아니라 아주 달콤한 사탕 맛에 푹 빠진 것 같다. 어쩌다 한 번씩 해보는 현장체험은 무슨 소용이 있는가? 교회가 가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예수님의 예언직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실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예수님께 대한 직무유기가 아닐까?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는 커녕 남는 것조차 나누어 주지 않는 얼음보다 차가운 사람도 있다. 가난한 이들이 오히려 애긍을 잘하고 있는 오늘의 나눔 모습에 교회는 언제쯤이나 가난한자들 편으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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