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작가 장덕조 여사가 가톨릭에 입문했다。 일찌기「대원군」을 비롯 수많은 대장편 역사소설을 집필했고 현재도 동업한국일보에「이조의 여인들」을 인기리에 연재중인 장 여사의 입교는 불모의 한국가톨릭문단에 획기적인 동기를 마련치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한 이 글은 본지의 서면질의에 대한 장 여사의 답이다。
【문】입교동기에 대해서…
【답】6년전이다。
남편이 중환으로 성모병원에서 급한 수술을 받게되었다。 남편이 수술실로 들어간 후 텅빈 방안에 나는 매우 초조한 마음으로 남아있었다。그때 병실 벽에 걸려있는 십자가가 눈에 띠었다.
『주여』
하고 나는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천주여 저 사람을 살려주시옵소서 저 사람을 살려주시면 천주님께 헌신하겠습니다』
하고 간절히 부르짖었다. 남편은 기적적으로 다시 생명을 연장하게 되고 내 가슴속에는 신에 거대한 약속이 부채(負債)처럼 남았다。그때 박제환 선생님의 소개로 정의채 신부님을 알게됐고 교리를 배웠다。그러나 바른대로 말해서 나는 교리 그 자체보다도 혜화동 사제관의 그 가슴이 얼어들어가는 듯한 서늘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너무나 좋아 교리를 배우러 가는 날이 얼마나 기다려졌는지 모른다
교리는 끝났으나 우리는 곧 영세를 받지 않았다。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했다。그리고 5년을 기다려 이번에 입교하게 된것이다.
【문】신앙으로 인해 앞으로의 문필생활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의 여부와 또한 신앙을 주제로 한 작품을 쓰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답】나는 이번 입교를 계기로 천주교의 수난사를 소설화하기로 결심했다。이 일은 실상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일이며 정조 순조 때의 수난사는 소설「벽요동심은 뜻은」에서 다루었고 이조말엽 이야기는소설「대원군(전4권)」에서 취급했다。그러나 체계를 세워 전 수난사를 소설화하는 것은 방대한 계획이 될 것이다。이 소설은「더큐맨타리」텃치로 씌어질 것이며 만5천에 전10권으로 묶여질 것이다「픽션」보다 사실의 정확을 기해야하므로 취재에 2년 집필에 2년이 걸린다。지금쓰고있는「이조의 여인」도 2만장을 넘는 긴 소설이다 이씨조선의 파란많은 시대의 물결을 타고 부침한 모든 여인들의 이야기며 전15권으로 출간된다。당장의 집필계획으로는 이 두 소설을 완성하는 것이다。
【문】작가는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존재일 것입니다。신앙으로 인해 어떤 구애를 받는다고 생각될 때는 없습니까。
【답】내게는 몇가지 괴벽이 있는데 그 한가지는 극도로 사람 만나기를 싫어하는 것이다。나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가지 않으며 단체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심지어 문인협회니 여류문학가협회니 하는 단체가 있는데 그런데도 가입을 한 일이 없다。다만 한평생 고독한 방에서 혼자 삼엄히 글만을 쓰다가 생애를 마치겠다는 것이 내 사상이요 신조였다。
그런데 입교를 했으니 성당에도 나가야하고 교우들과도 어울려야 할텐데 그일이 조금 불안하고 고통스러우나 곧 익숙해질 줄로안다
【문】안중근 의사 옥중수기에 대한 소감은?
【답】안중근 의사는 참으로 훌륭한 분이다。나는 그분의 의거에 못지않게 그 인격과 인품을 더 존경한다。적을 쏜 것은 애국심이나 끝까지의연한 태도로 죽음을 대한 것은 신앙의 힘일 것이다。신앙은 의지를 낳는다。
【문】끝으로 교회에 대해 한말씀…
【답】금번 입교하는데 있어 교리를 가르쳐주시고 영세를 배풀어주신 정의채 바오로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비바람 휘몰아쳐부는 날 편찮으신 몸으로 먼길을 찾아와 대모를 맡아주신 정훈모 선생님, 우리내외를 위해 끊임없는 기구를 해주신 세종로본당의 노 꼴룸바노 회장님, 내 여학교 동기동창이며 나의 입교를 누구보다도 기뻐해준 사랑하는 내 친구 경주근화여자중고등학교 교장 박 엘리사벨 수녀, 그밖에 나를 위해 기구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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