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아침에 서울 마포구 와우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와우시민아파트」제15동이 전면적으로 도괴되어 15가구 거주자중 33명의 사망자와 39명의 중경상자를 낸 큰 참사가 벌어졌다。 먼저 이와 같이 자기탓 없이 불행을 당한 사망자들의 명복을 빌고 그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우라나라에서 70년 새해들면서 불과 한달도 못되는 사이에 상상도 못할 엄청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났다。즉 그 하나는 오빠되는 사람이 자기 누이동생을 살해했다는 이른바 정여인 피살사건이고 또 하나는 일본의 JAL기 납치사건이다。그리고 며칠이 못가서 이번의 와우아파트사건이 발생했다。이 일련의 사건들을 생각해 볼 때 첫째는 인륜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인도에 관한 것이고 셋째는 인명에 관한 문제이다。한 타락한 여성의 화려한 난맥상 그 자체가 벌써 인륜에 관한 문제이지만 동기간의 살해란 정말 카인의 후예 이상의 패륜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다음은 1백여명의 승객을 강도적 수법으로 자유가 없는 생지옥으로 납치하려던 것은 틀림없는 인도의 문제이다。그러나 이것은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으로서 우리는 간접적으로 말려들어서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은 형편이지만 사실은 바로몇달 전에 일어났던 우리의 KAL기사건도 그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 두 개의 문제는 이미 지난일로 치더라도 와우아파트사건만은 그대로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는 인륜 인도 이전의 인간생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먼저 이 비참한 사건의 원인은 직접적으로는 시민의 주택 즉 생명에 직접관계되는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너무나 소홀한설계와 날림시공과 허술한 감독의 3자1체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근본적 원인는 결국 이 사회 부정부패의 종합적 축적의 소산이요 물질우위와 인간경시의 사상에 기인한 것이다。즉 물질만능의 사상은 부정부패를 낳고 또 부정부패의 극치는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서는 인륜이나 자기만의 이익을위해서는 인륜이나 인도나 인명까지도 무시내지 경시하는 사상을 배태하는 것이다。
그러면 망연한 이 사건의 책임은 두 말할 나위도없이 관계당사자들에 대한 형사적 도의적 책임을 엄숙히 물어야 할 것이다。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의 우발적 춘사로서 처리해버릴 것이 아니고 이 사회 전체의 문제로서 전면적이고 고차적 견지에서 위정당국자와 사회전분야의 맹성을 촉구해마지 않는다。끝으로 이 사건과 우리교회와의 관계는 어떠한 것일까? 우리는 자칫하면 이와같은 사건에 대해서 그 책임이 오로지 관민 당사자에만 있는 것으로 판단하기가 쉽다。그러나 이 사회가 크게 부패해있고 그 부패의 결과로서 한심하고 통탄할 현상들이 속출하는 것이 과연 전적으로 관계당국자들에게만 그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이는 우리가 속해있는 이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자인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뿐만 아니라 교회의 처지로 볼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즉 교회는 세상의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세상이 부패했다는 것은 바로 교회의 소금이 싱거워졌다거나 소금마저 썩었다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세상의 소금이되라고 명하신 것은 뒤집어 말한다면 사회는 원래가 부패하기 마련이란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그러기 때문에 썩지 못하게 소금이 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그러한 방부제의 소명을 받은 교회가 이 세상의 부패상에 대해서는 오불관언의 태도를 취하고 교회는 오직 교회안에만 도사리고 있어 너희는 썩을대로 썩었구나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겠노라고 이불 속의 활개를 쳐보았자 이는 독불장군에불과하다。교회가 세속에 초연하고 홀로 거룩하겠다는 시절은 이미 지났다。오직 이 사회를 거룩하게 하여 그 나라가 이 세상에 임하게하는 것이 곧 세계 안의 교회 사회를 위한 교회의 진정한 시대적 사명임을 자각할 때는 왔다。
그러므로 우리는 와우아파트 사건을 관계당국의 일로만 생각하지 말고 바로 교회자신의 일로서 공동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며 또 앞으로 모든 중대한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자세와 지대한 관심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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